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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Oct 15. 2020

"마음 조절이 잘 안되십니까?"

위로가 필요한 시간

낮에 휴대폰 문자가 하나 왔다. 보자마자 열이 확 올랐다. 문자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 번 주내 몇 번의 문자, 카톡, 메일, 휴대폰 전화로 나를 성가시게 했다. 전에 없던 서류를 이렇게 요청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따지듯 물었다. 


그에게 '나인 투 식스'는 없다. 내 목소리가 높았는지 본인의 지나침을 느낀 것인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래도 내부 결재 관계 때문에 서류를 달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을인 내가 갑에게 그러지 말아야 했다. '갑'님한테 감히 대든 격이었다. 한 번에 필요한 서류를 요구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처지를 깨달았다. 앞은 창대했지만 서서히 말이 길을 잃다 보니 바짝 섰던 꼬리가 슬그머니 땅을 치듯 목소리가 꺼졌다. 



새로 시작하는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한 기관의 담당자에게 왜 공개모집을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그렇게 됐다고 말을 했다. 내년에 다시 신청해보라는 말은 말의 진실성도 없고 성의도 없다. 돌아서는 내게 소리 없는 말이 등을 친다. 


'꼽냐?, 뭘 안다고 덤벼'  


내년에도 그가 담당을 할 텐데 괜히 따지듯 물었다 싶었다. 공공기관이라면 일을 정의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담당자 선택 권한인 부분이기도 하다. 공개를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사항이라고 한다면 그는 공개를 하지 않고 자기 편한 쪽 사람을 택한 것이다. 거기에 대해 성을 낼 게 없다. 



지하철 안에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기관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차내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잠시 귀를 기울이는 듯했지만 이내 하던 일 그대로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재차 응급환자 발생했다며 출발 지연을 안내한다. 한 번 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무슨 일일까. 


그때 차내에 있던 한 분이 지하철 바깥쪽을 손으로 쾅쾅 찍었다. 손 아프겠다 싶었지만 이내 입에서 터져 나온 욕지거리. 응급환자 나왔으면 XXX, XXXX 환자 내려놓고 빨리 출발시켜야지.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어디 급한 일이 있길래 그렇게 손으로 찍고 차내에 욕을 퍼트려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야 할까. 한 사람이 생명을 다투는데 1분, 그 시간을 못 참을까. 


그나 나나. 손으로 찍고 입으로 찍는 게 뭐 다르겠나. 



성질나는 대로 해버리면 되는 일이 없다. 늦었지만 마음을 돌려놓는다. 그래야 몸에도 좋다.  일단 지고 들어가라. 나중에 더 좋은 때가 있다. 그때를 기다려라. 


승부는 아무 때나 거는 게 아니다. 이길 수 있는 게임에서는 이겨야 한다. 그래야 얻는 게 많다. 마음을 잃으면 사람을 잃는다. 


사람을 잃으면 일을 잃는다. 한 번 잃은 것은 다시 찾기 어렵다. 마음 하나 잡는 게 진짜 부자가 되는 길이다. 내 안의 불편함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일은 참 바보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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