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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Oct 27. 2020

생일 날 아침에 화장실에 갇혔다

위로가 필요한 시간

어려서 난로에 올려 둔 동전 100원짜리를 동생 얼굴에 붙였다. 뜨거운 것도 잊고 어떻게 손으로 잡았는지 내가 뜨거워서 그냥 어디론가 분리시킨다는 것이 동생 얼굴이었는지 모르겠다. 동생은 기억을 못 한다. 아직 그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은 무슨 이야인지. 잊어야 할 것은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있는 생애를 지배한다. 선명하게 자국이 난 100원짜리 글자는 그대로 동생 얼굴에 남을 뻔했다. 어쩌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순간 놀랐지만 동생의 활발한 얼굴 근육 운동 때문이었는지 손으로 비벼서 그런 건지, 서서히 그 깊이와 폭이 줄어들었다.


욕실 안쪽 잠금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불평을 하는 식구들 때문에 다시 문을 고쳐야 했다. 습기 때문에 녹이 슬어 문 손잡이가 거칠어지고 칠이 벗겨졌다. 싸구려도 아닌데 습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은 것인지 관리의 부족 때문인지 교체 후 수명이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또 바꿔야 할 처지다.


호기롭게 문고리를 다시 해체 후 끼어넣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욕실 문고리 캡이 있어 벗기는 게 쉽지 않다. 업체까지 전화해서 물었더니 다른 제품과 달리 고객들이 나사못이 보이는 게 싫어서 나사 구멍 없는 캡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보기 싫었는지 모르지만 해체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뭐가 싶다고 유튜버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면 끝이 없을 사연이지만 결론이 급한 사람을 위해 요약하면 양 손잡이 없는 상황에서 문을 밀어 버린 것이다. 홈에 걸린 잠금쇠가 어디로도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갇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폐쇄 공포감이 밀려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내 집 화장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무슨 수를 문을 여나. 다른 제품들과 달리 가운데 문고리 양쪽 두 개와 함께 가운데 잠금 막대가 따로 있는 제품이어서 그것이 방향이 다르면 문이 정상적으로 열고 닫을 수 없다.


어떻게 나가나? 침착하자.


천만다행으로 바깥쪽 문고리는 밖에 그리고 안쪽 문고리는 욕실 안에 들어 있다. 일단 걸고서 돌려 빼내 보자. 속에서 한심스럽고 바보스러운 자신을 질책하면서 걸림쇠가 잘 걸려 문이 열리기를 기원하며 이리저리 돌렸다.


열렸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그럼 어떻게 하기 싫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을 때, 해야겠다는 즐거운 마음이 들 때 해야 한다. 이게 무슨 교훈도 아니도 생활수기도 아니고. 억지로 부수고 나갈 생각만 들었다. 앞뒤 돌아보면 길이 있다.


철물점에서 물건을 살 때부터 제대로 어떤 제품인지 알았다면 나았을 것이다. 지금 다시 보면 제품 구성품에 부품이 하나 빠져있다. 다시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캡은 억지로 뜯어내라 우겨졌다. 해체가 가능하도록 나사 구멍이 있는 캡도 옵션으로 있으면 좋겠다. 돈 좀 아낀다고 직접 해보겠다고 나섰지만 돈 들어갈 일만 남았다.


그렇게 양쪽에 각각 문고리가 있어 아무런 손잡이도 없는 상태에서 잠겨버린 문을 열었다. 내 생애 처음 119를 부르고 문을 부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지만 뭔 일인지 바깥쪽과 안쪽에 각각 손잡이가 있어 돌려 나왔다.   


한숨을 돌리고 나서 문고리 교체 유튜브 영상을 보려고 내려두었던 휴대폰을 다시 쳐다보니 읽지 않은 카톡이라며 알림 창이 떴다.


"생일 축하해."


집에 아무도 없고, 휴대폰마저 없는 상황이어다면 나는 어떻게 나갈 수 있었을까. 혼자 까불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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