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외벽의 광고 설치 전문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독특한 형태의 대형 옥외광고물, 특히 공공기관 건물 외벽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이제석이 한 것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신문 지면에 새로 등장하는 옥외광고물 사진은 이제석의 작품이다. 경찰서 건물들은 더 그렇다. 여경이 팔뚝을 걷고 그네를 태우는 것이나 부엉이 눈에 그려진 광고는 어떤가. 서울시청 외벽의 광고도 그의 작품이었다. 한 소녀가 그려진 광고는 광고판을 활용한 광고였다.
이전의 광고에서는 대형 태극기를 든 소년과 같은 것도 있었다. 왜 그는 공공기관의 외벽을 활용한 광고를 주로 진행하는 걸까. 재능기부의 형태도 있지만 그만큼 그러한 설치 광고를 잘하는 이가 또 있을까 싶다. 건물과 빈 공간이 주는 그러한 거리를 잘 계산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특정 위치의 지점을 잘 활용한다.
모처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갔다가 마주한 경찰서 외벽의 한 경찰관을 보고 놀랐다. 그 크기도 그러하거니와 여기도 그의 작품이 걸렸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만든 것이라는데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위트가 담겨 있는 광고다. 아이디어가 실렸다. 잘못 건 전화로 인해 경찰의 발목을 잡는 것을 모서리를 잘 활용해서 보여준다. 남대문 경찰서 건물 옥상에는 학교안전을 위한 경찰관의 수고의 모습을 스쿨버스를 들고 있는 경찰, 힘 있는 경찰을 표했다.
종이 지면을 활용한 광고를 만들면서 이러한 광고를 보면 '격'이 다르게 느껴진다. 다음에 그는 또 어떤 광고를 만들어 선을 보일까 기대한다.
이제석광고연구소의 광고는 눈에 띈다. 광화문 경찰박물관 외벽에 있는 ‘빵 셔틀 운행금지’ 광고도 그렇다. 이제 대형실사출력물 형태의 광고하면 의례히 이제석 광고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특히 공공의 시설물이나 공공 기관 내 외벽은 그러하다. 사람들이 설마 하는 것들을 과감하게 깬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독특하지 않다. 독특함은 시선을 끈다. 눈길을 끄는 광고가 되기위해서는 보행자의 시선이 멈추는 곳에 노출이 되도록 해야 한다. 동선을 확인해보고 눈을 돌리는 지 혹은 사각지대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그러한 예상도 없이 무턱대고 발라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플랫폼 내 기둥에 사람크기의 시트지가 옆으로 삐쳐 나왔다. 사람인가 싶었는데 돌출광고다.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마약약물 중독 관련 상담전화번호 안내내용이다. 뭔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신고안내번호가 적혀있다.
옥외광고는 많은 말이 필요 없다. 한 번에 꽂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광고는 눈길을 끄는데 일단 성공했다.
"광고판은 그야말로 쩐의 전쟁터다. 광고쟁이들은 매체비용이다, 모델비다, 진행비다 해서 줄줄이 예산 규모를 키운다. 나는 이런 광고판이 성격상 맞지 않다. 속된 말로 돈지랄 하는 게 눈꼴 사납다. 광고계가 이렇게 돈장난판이 된 것은 아이디어보다는 매체에 더 신경을 더 쓰기 때문이다. "
-142페이지 중에서, 광고천재 이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