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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Dec 11. 2023

생각을 여는 질문

질문이 기회를 만든다

얼마 전에 한 외부회의에 참가를 했다. 1년 간 같이 일한 분들과 활동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여덟 분 정도가 참여했는데 시작 전에 그 자리에 참석한 한 분이 내게 물었다.


"어떠셨어요?"


그냥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어땠냐고 물었다. 대략 앞에 생략된 것이 어떤 것인지는 느낌으로 알았지만 뭘 알고 싶어 하는지 말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앞에 장소나, 대상에 대해서 짚어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 분의 질문 스타일은 그렇다. 상대방의 답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본인 생각이 답이 늦거나 하면, 추측을 해서 자신이 답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미 어떤 답이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그것을 자신의 말로 끌고 간다.


좋은 질문은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상대가 제대로 답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그럴 것이라는 추측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의 근거로 삼는다.


그렇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질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로 하여금 유도신문 하듯이 묻는 게 아니라, 상대로 하여금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좋은 질문이다.


"나아가 질문은 생각을 여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쓰레기통은 일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생활 소품'이다. 당연한 것에 대해 특별히 고민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누군가 "이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면 어떨까? 새삼스레 의문이 찾아들 것이다. 인간에게는 '왜'에 대하여 이유를 찾으려는 '논리 본능'이 있는 탓이다. 마찬가지로 "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 보도블록은 노란색일까?"라는 물음은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사실에 대해 호기심을 일깨운다. 이처럼 물음은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87쪽, <철학자의 설득법>(어크로스) 중에서



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보도블록은 노란색일까? 다른 색은 안될까? 노란색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모두를 위한 색깔로 정한 걸까?


전맹, 저시력자를 위한, 주목도가 높은 색상이 노란색이다. 학교 앞, 주의를 위한 색 또한 노란색이다.


수액은 왜, 항상 환자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


얼마 전에 한 대학 공학도들은 수액공급장치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이들이 제안한 프로토타입은 Prototypes for Humanity 2023 공모전에 골든캡슐이라는 이름으로 출품, TOP5에 들었다. 다섯 개 카테고리 중 한 분야에서 수상한 것.


늘 환자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 수액이 어떤 상태에 있어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압차를 이용한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했다. 전쟁이나 재난의 현장에서 학생들은, 왜 수액을 높이 들고 환자와 함께 뛰거나 걸어야 하는지 질문했다. 늘 거치대를 들거나 함께 뛰는 모습에 "왜"라는 질문을 한 것이다. 안에 있는 풍선이 수축이 되면서 수액이 공급되는 형태다. 다이슨 창업주까지 나서서 이 디자인에 대해 언급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를 다뤘다고 평가했다.

SBS보도화면 이미지 캡처(2023.11.27)

우리 주변에 아직 왜,라고 물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어떤 것이 더 있을까.



https://www.hongik.ac.kr/contents/www/cor/new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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