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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공부

천천히, 부드럽게

스트레스 다루기

by 길윤웅

좌석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가끔 한다. 전철로 가면 서서 가야 하고 갈아타야 하지만, 비싼 버스는 한 번이면 사무실 앞까지도 도착을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그 안에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한다. 그 값을 한다 생각하고 무리(?)해서 탄다. 그러다 보면 교통비가 때로 예상 외다. 편안함은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 시간에 모자란 독서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덮는다.


업무 중에도 가급적 지하보다는 지상 공기가 그리워, 버스를 이용한다. 시내 중심을 지나는 버스는 바쁘다. 앞뒤 차량 간격이 일정하게 가야 하니 뒤떨어지면 바쁘다. 그러다 보니 운전기사의 버스는 급정거를 하거나, 위험한 주행을 주저하지 않는다. 어쩌랴. 배차간격 못 맞추면 식다도 못하고 휴식도 못 취할 뿐 아니라, 탁월해진 SNS 기능으로 고객 불만이라도 접수되면 걱정이 더 크다.


출근길 아침, 느리지만 신호에 맞춰 부드럽게 운행하는 차는 타면 편하다. 급하게 가면서 급정거하고 신호마다 걸리는 차는 불안하다.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이니 몸이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가 정신이 없다. 고객 카드라도 접수를 시킬까, 버스회사로 전화라도 할까 할 정도였으니...... 무슨 일이 있으신가.


그 날 오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


3차로 직진과 우회전이 가능한 차선에서 앞에 앞에 택시가 신호대기 중으로 서 있자, 버스 기사가 비키라고 경적을 울린다. 잠깐 누르고 말 줄 알았지만 대략 6-7초는 더 넘은 것 같다. 그런데 그게 한 번이면 족하다 싶었지만 아니, 그 같은 것을 3-4번을 더 한다. 무슨 일인지 빌딩 주변에 서서 담배 피우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다 쳐다보는 상황. 그 소리에 그럼 택시도 비켜 줄 만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러지도 않는다. 그 뒤에 선 봉고차가 오히려 안절부절 앞으로 옆으로 몸을 빼느라 바쁘다.


결국 신호가 바뀌면서 그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서울 시내 안 막히는 곳이 있을까. 급한 길이기도 하지만, 몇 초의 기다림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이었고, 택시기사로서도 앞으로 더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 일을 벌인 듯 싶다. 분풀이는 아니었는지. 그렇게 신호를 받고 움직이던 버스 기사는 창문을 열고는 택시를 향해서 소리친다.


"야, 닭대가리야!"


버스 운전기사님들의 어려움이 크다. 시간 맞추고, 고객 안전 신경 써야 하고, 운행 주의해야 하고...... 그 모든 일을 혼자 책임을 져야 한다. 올라타는 승객 다인승 할인도 해줘야 하고 바쁘다. 여름철에는 에어컨도 잘 틀어줘야 하고 겨울에는 히터도 적절하게 틀었다 껐다 해줘야 한다. 친절은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 받는 사람도 좋다. 억지로 혹은 어쩔 수 없는 인사는 그냥 행위일 뿐이다. 마음이 오지 않는다. 뭘 더 큰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오늘도 같은 노선을 다니며 힘들게 운전하는 버스 기사 분들의 안전운행을 기원한다.


다만, 버스 안에 탄 승객들의 기분도 마음에 두고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의 삶과 습성은 그렇게 내 몸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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