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재 작가님 감사해요
벌써 책 출판을 앞두고 있는 동기가 있다. 나눠주는 게 옳다고 믿는 사람. "쓰는 우리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방금 줌강의를 마쳤다. 오늘 이 감동을 적어두지 않으면 내가 메모했던 수많은 배움이 흩어져 버릴까 봐 쓴다. 꽂히면 즉시 쓴다. 그녀가 그랬다. 왜 좋았는지 남겨두어야 그 메모가 살아서 말을 걸어줄 거라고.
출간을 위해 퇴고의 여정에 들어간 작가님은 글쓰기와 책 쓰기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글쓰기가 하나의 조각, 구슬이라면 꿰어서 만드는 게 책이라고. 지금 나에게 책은 어마어마하게 높아서 오르지 못할 산처럼 보이는데, 언제가 정말 나도 "야호!" 할 수 있을까? 매일 브런치 먹듯 끄적이는 짧은 브런치 글들이 진짜 산을 오르는 발자국들이 될 수 있을까?
왜 글을 쓰는가? "해소된다."라고 대답했다. 무엇이 그렇게 나를 갈증 나게 하고 답답하게 했을까? 아니면 아직도 내가 나를 잘 모르니, 내 글이 나를 드러나게 벗겨주어 시원하다는 의미였을까? 글을 쓰니 내가 보이고, 내 감정이 정리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나타나고, 내가 살고 싶은 길의 방향이 밝혀졌다. 자유로웠다.
가장 멋있는 대답은 "재밌어서."였다. 채팅창에서 저 네 글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내가 봐도 매일 쓰는 삶을 정말 만끽하는 우리 '햇살 드는 방' 작가님의 대답. 강의해 주신 작가님도 그 점을 강조했다. 즐거워서. 재밌어서. 행복해서. 수많은 고민과 성찰 뒤에 나온 답임을 느낄 수 있었다.
WHY
1. 나를 표현해 주는 내 인생의 명함
2. 나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
3. 퍼스널 브랜딩 정체성
4. 돈
5. 휘발되지 않는 보석 같은 즐거움
무엇을 쓸까? 얼떨결에 브런치작가가 되어 얼떨결에 브런치북을 쓰고 있다. 직업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연재하고 있는데, 매주 무엇을 쓸까에 대한 고민이 깊다. 정보보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고,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데, 홈쇼핑 테두리 안에서 잉태하려니, 미흡한 목차와 부족한 필력이 뒤엉켜, 브런치북(Book)이 아닌 북(Drum)이 되었다.
WHAT
1. (오랫동안) 바라본다
2. (절실하게) 발견한다
3. (끊임없이) 읽는다
4. (시원하게) 쓴다
5. (응원하며) 반복한다
하루키의 잡문집을 읽으며 느꼈다. 내가 소설가가 되기에는 세심한 관찰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그렇다면 절실함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적당히 먹고살만해서인지, 배고프면 예민해지니까 쉴 새 없이 털어 넣어서인지 배때지가 불러 그것도 부족. 읽고 있으면 읽었어야 함_책에 묘사되는 수많은 참고문헌들_이 더 느껴지는 독서량의 부족. 워킹맘으로서 쓰는 시간의 절대적 부족. 내가 가진 건 단 하나밖에 없네. 동기들. 반복해서 응원해 주는 동기들. 여기서 울컥.
쓰고 싶은 것을 오래 바라보자. 오래 보아 예쁨을 발견하자. 쓰고 싶다는 절실함으로 도서관에 가자. 관련 도서를 제목이라도 훑어보자. 읽기가 들숨이고 쓰기가 날숨이다. 내 심장이 끊임없이 쓰려면 무엇을 읽을 것인가 고민해 보자. 의식의 흐름이 없을 깜깜한 새벽 4시, 무작정 3페이지씩 쓰다 보면 의식이 밝을 아침이 올 것이다. 지치지 않게 나를 응원하면서 그렇게 매일을 반복해 보자. 우리에게는 함께 쓰는 친구가 있지 않은가.
감각적인 글을 쓰자. 감각을 활용한 글을 쓰려면 시집을 많이 읽자. 시집간 우리가 작가가 되려면 나와 나의 주변이 함께 써야 한다. 가족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나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 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하자.
’아침을 라면으로 돌려 막지 않았다면 이 책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후훗. 생각만 해도 흐뭇.
최근 글을 써보니, 그 실력의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책을 더 많이 읽고 성장한 후에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된다고 물었다. 들숨만 하다간 죽는다고 했다. 뱉어야 살지. 내가 나에게 엄격할수록 시간이 미뤄진다고 했다. 그냥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단 한 줄이라도 쓰라고. 쓰면서 성장하자고. 이쯤에서 한번 더 울컥.
오늘 이 글은 쓰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나 강력하게 동하여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시원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작가님은 말했다. '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다듬는 것입니다.' 쓸 때는 열정적으로 시원하게. 다듬을 때는 섬세하게 뾰족하게. 큰 일이다. 오늘 무조건 발행하고 잔다고 했는데, 밤새야 할 것 같다.
글쓰기 근육을 키우고 싶다고? 작가님은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에도 쓴다고 했다. 작은 메모카드를 활용해 그 짧은 기다림의 3초 동안에도 쓰고 바라보고 발견하고 또 쓰고를 반복한다고. 반복되는 광고영상만 허망하게 바라봤던 나의 수많은 3초들이 스친다. 아, 따가워. 빨리 위시블루 작가님이 그 메모카드나 공구해 줬으면 좋겠다.
준비가 되지 않아 북만 치고 있는 나는 꼭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유유출판사)' 어느 정도 출판 가능성이 있을 때 읽으면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많아 멘붕이 올 수도 있으니, 백지상태일 때 미리미리 읽어두어야겠다. 김정선 작가님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책도 문장강화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새해 첫 책으로 동기 들과 함께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우리의 존재가 서로에게 거름이 되어
글의 숲을 이룰 거예요.
마지막 인사까지 멋있는 우리 작가님. 내 동기. 올해 가장 잘한 일은 이 분들을 만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