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라 Nov 19. 2024

출산 기념일

출산 기념일

열 달 동안, 나는 너를 기다렸다
감기약 하나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고,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조차 조심스러웠다
내 몸은 낯설게 변해갔고,
그 어색함마저 받아들이며 너를 품었다
열 달 동안, 내 마음은 늘 걱정으로 가득했다
네가 온전할까,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은 다 있을까

마침내 네가 태어난 그날,
너를 처음 품에 안고
작은 손과 발을 펼치며
열 개의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을 확인했다

오늘은 나의 출산 기념일
내가 너를 낳던 그날,
미역국을 먹으며 마음 깊이 새겼던 다짐들.
열 달의 기다림, 열 손가락의 기도,
열 달 동안 품었던 모든 사랑을
응축해 미역국을 끓인다.

오늘은 네 생일이기 전에 나의 출산 기념일
너를 기다리며 보낸 열 달의 무게를
다시 떠올리는 날이다
열 달의 시간과 열 개의 기도가 살아난다

오늘, 나의 출산 기념일
네가 내게로 와줘서 고마운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