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륜에 빠졌고 침잠하기 전
나는 야한 글을 쓴다
그럼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 마음이
반짝이며 놀 수 있는 시공간이 펼쳐진다
침륜에서 침잠에 이르는 이 사이,
내 안의 욕망은 몸부림치며
끝없이 표면으로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가라앉기를 거부하는
기포 같은 것이어서,
나는 그 기포를 손으로 터뜨리며
자꾸만 반짝이는 것들을 만들어낸다
야한 글을 쓰는 이 행위는
단순히 쾌락을 향한 탐험이 아니다
그것은 불안한 심장을 달래고,
어디론가 날아가려는 내 영혼을
잠시 머물게 하는 닻 같은 것이다
글 속에서 나는
마음의 바닥과 꼭대기를 동시에 바라보며
스스로를 탐닉하고, 해방시킨다
내 단어들은 느릿하지만
마중 나올 문장에게 리듬감 있게 인사한다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물고기는 천천히 방향을 바꿔
놓치지 않을 한 조각 빛을 찾으려고
가장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다
마침내 찾은
그 빛은 내가 침잠해야 할 이유이자,
떠오르지 않아도 좋을 이유가 된다.
이 글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고요 속으로 가라앉는다.
침륜이 나를 흔들었지만
침잠은 나를 감싸 안는다
가라앉음이 곧 끝이 아니기에
나는 글 속에서
다시 한번 나를 구원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나를 마주한다
현실에서 마주치지 못했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