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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브런치 독자님들께

by 살라

존경하는 브런치 독자님들께,


2024년의 끝 날, 한 해의 무게를 안고 감사와 존경을 담아 씁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슬픔이 많았습니다. 비상계엄은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더 깊게 새겼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또 다른 비극이 하늘에서 떨어져 비탄에 빠졌습니다.
슬픔은 겹겹이 쌓이고, 그 무게에 짓눌려 숨조차 고르기 힘든 시간들입니다.

하지만 얄미울 정도로 세상은 어김없이 흘러갑니다.
어둠이 충분히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새해라는 이름의 빛이 벌써 찾아온 게 못내 매정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아직 어둠 속에서 울음을 삼키고 있는데도, 해는 내일 아침 다시 떠오르겠지요.
오히려 그 뜨거운 빛이 우리의 눈을 멀게 할까 두렵습니다. 아직 충분히 슬퍼해야 하고 놔주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앙상한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던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나무들은 조용히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압니다. 그렇게 봄을 준비하는 겨울나무처럼 있고 싶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천천히 희망을 품고 싶습니다.

독자님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우리의 고통은 비록 각기 다를지라도 서로의 존재로 기대어 부축하면서 서있을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누군가 내 글에 맘찍(하트)을 눌러놓은 걸 보면, T와 F 모양의 댓글들을 보면 눈앞이 캄캄한 어둠 속에 등불 같았습니다.


다른 작가님이 쓴 글에 감탄과 반성, 배움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생기를 찾기도 했습니다. 물리적 거리는 멀겠지만, 바로 옆에서 울고, 웃고, 분노해 주고, 토닥여준 것처럼, 독자님들의 소중한 마음으로 살 찌웠습니다(?)

새해가 우리에게 무슨 모습으로 찾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속에서도 봄을 준비하는 겨울나무의 희망을 붙들기를 소망합니다.
함께 나눴던 글들,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무탈한 일상과 그 안에 다정함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4년 12월 31일
당신을 존경하는 브런치 친구 살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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