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숨 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by 살라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어쩌면 목에 잔잔히 칼을 대는 일 같다
아프지 않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다가,
다친 적 있었던 상처를 뒤늦게 발견한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

언젠가 한숨만 남기고 끝내지 않을까
겁도 나고, 눈앞이 흐릿하다

하지만 이건
열심히가 아니라
막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잘 해내야만 하는 것

새벽 공기에 얼어붙은 살얼음의
미끄러짐을 조심하고
손에 쥔 도구가
부끄럽지 않게 잡히는 법을 고민한다

바람에 펄럭이는 얇은 커튼처럼
흔들리는 나를 모른 척 견디는 것도,
걱정된다고 묻는 친구 얼굴 앞에서
'괜찮아'를 연습하는 것도
결국은 이 일을 위해서다

그러니,
다리에서 강으로 떨어질 것 같은
절벽의 기운이 들어도
손끝으로 바람을 읽으며 균형을 잡자
이건 나의 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

혹한 추위를 원망하더라도
얼어붙은 손으로 눈사람은 만들 수 있다
못생긴 눈사람이라도 만들 수 있는
나를 믿어야만 한다
해야만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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