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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 픔

by 살라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친구들, 픔


슬픔이 말했다.

"나는 언제나 곁에 있어. 네가 나를 외면해도, 나는 네 발끝에 걸린 그림자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픔은 밝은 곳에서 더 짙어지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아픔이 다가와 조용히 내 어깨를 짚었다.

"나는 참 끈질겨. 다 이겨낼 때쯤 떠날 것 같지만, 몸 어딘가에, 마음 어딘가에 나를 남겨둘 거야."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픔이 떠난다 해도 기억이 그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고픔이 허기를 느끼며 텅 빈 마음을 쓸어내렸다.

"나는 늘 뭔가를 원하지. 채우려 할수록 더 커지는 게 나야."

나는 애써 그를 달래 보지만, 고픔은 언제나 돌아왔다.

먹어도, 채워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기쁨이 문을 두드리며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잠시 머물러도 좋아. 언제 떠날지 몰라서 사람들은 나를 더 간절히 바라."

나는 기쁨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웃으며 바람처럼 스쳐갔다.


이별은 멀리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늘 준비하고 있어. 이제 그만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별은 아무리 익숙해져도, 늘 처음처럼 아팠다.


나는 ‘픔’들과 함께 산다.

그들은 나를 떠나지 않고 가끔 다정하게, 때론 잔인하게 나를 안는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그들이 있어야 내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걸.


그래서 나는

슬픔과, 아픔과, 고픔과 함께 살아간다.

기쁨이 바람처럼 다시 찾아올 그날까지.

그날이 오면 나의 픔 친구들과 버선발로 마중나가 바람을 만끽할거야.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만들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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