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니, 시어머니 생각이 더 난다.
시어머니는 나를 정말 예뻐해 주셨다. 때론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생선 가시를 하나하나 발라 내 밥 위에 올려주시던 분.
"어린 시절 엄마 사랑을 못 받았으니, 내가 엄마 사랑을 주고 싶다"하시던 분.
일주일에 한 번씩, 내가 좋아하는 반찬 열 가지를 직접 만들어 오셨다.
"남편은 밖에서 더 좋은 거 먹고 다닐 테니 너만 잘 챙겨 먹으면 된다"며 늘 내 입맛부터 신경 써 주셨다.
첫딸을 낳고 나서는 백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집에 오셔서 아기 목욕이며 청소며, 묵묵히 해주고 가셨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나중에서야 그게 진짜 마음이라는 걸 알았다.
손주 보러 오겠다는 시아버지께 "나도 불편한데 당신까지 오면 더 불편하다"며 말리셨던 분이기도 하다.
울 시엄니의 사랑은 말보다 행동이 앞섰다.
때가 되면 사골을 고아 보내주시고, 만날 나를 보고 "예쁘다, 똑똑하다" 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신발이며, 옷이며, 액세서리를 사주시면서도 생색 한 번 내지 않으셨고, 집에 자주 오거나 오래 머무르지도 않으셨다.
"네가 불편할까 봐"라며 배려가 몸에 배어있던 분.
대장부 같은 성격이라 남편이 잘못하면 단번에 제압하셨고,
내 생일이면 백화점에 데려가서 원하는 걸 다 사라고 하셨다.
"일 년에 한 번은 그렇게 해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런 사랑을 받으며 '이게 엄마 사랑이구나'하고 마음 깊이 느꼈다. 그런데 내가 시집온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시어머니는 하늘로 가셨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너무 보고 싶다.
살아 계셨다면 친구 같은 엄마로, 나와 더없이 잘 지냈을 거다.
센스 있고, 젊은이의 말을 존중해 주시고, 늘 유쾌했던 분이셨으니까.
조건 없는 엄마의 사랑이란 걸, 시어머니를 통해 배웠다.
나도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엄마임에 감사하고,
그걸 내게 알려주신 시어머니께도, 참 많이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