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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여자

by 살라

쉬운 여자



한 남자가 말했다.

"쉬운 여자 같아"


순간 어이없음.

쉬운 여자? 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남자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람을 쉽게 본다는 개념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여기에 "여자"라는 대상까지 붙여

하나의 범주로 낙인찍는 그 태도.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천박함이다.


그 남자에게 여자를 보는 기준은 무엇일까.

담배를 피우는지, 술을 마시는지, 밤늦게 귀가하는지.

아니면, 그저 환하게 웃는 여자의 얼굴이 자신이 기대한 ‘선’ 안에 있지 않아서일까.

그 웃음이 “헤프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는 여자를 "쉬운"이라는 틀에 가둔다.


도대체 뭐가 쉬운 거지?

누군가의 삶을, 마음을, 선택을 단 한 가지 행동으로 쉽게 규정할 수 있다고 믿는 그 눈.

그 눈은 어둡고 단순하다.

아니, 하등하다.


여자를 "쉬운"과 "쉽지 않은"으로 나누는 그 이분법은 대체 언제부터 정해졌을까.

그 기준은 누가 만들었고, 왜 그 기준을 넘었다고 해서 누군가 평가받아야 하는가.

술잔을 들었다고 쉬운 여자?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웃었다고?

밤거리를 혼자 걸었다고?

그렇다면 기꺼이, 애써서 쉬운 여자가 될테다.


정말로 그것이 "쉬운 여자"의 정의라면 그들이 말하는 "쉬움"이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소유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여자라는 대상화된 존재에 불과하지 않은가.


결국, 쉬운 건 여자도, 그녀의 행동도 아니다. 쉬운 것은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단순하고 오염된 프레임이다.

복잡한 삶의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그 안일함.

쉽게 판단하고 쉽게 저울질하고 쉽게 말하는 것.

그렇게 쉽게 사는 것은 사실 그들 자신이다.


그러니 그 남자에게 묻고 싶다.

"대체 뭐가 쉬운가?"

쉬운 여자란 없고,

쉬운 눈만 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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