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 말을 쓰는 오늘은 2025년 4월 16일이야. 며칠 전 믿기 힘든 4월의 비바람과 눈으로 기억해달라고 세차게 다녀간 것 알아. 11년이 흘렀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너희가 떠난 날의 무게는 여전히 이 땅에 눌러앉아 있어.
너희를 지켜야 했는데 너희를 기다리게 했고 기다리다 결국 너무 많은 너희를 떠나보낸 채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어. 미안해서 할 말이 없어서 몇번이나 쓰고 지웠어.
미안하다는 말,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무겁지? 기억만 하는 걸로 부족하지? 미안하다는 말로 끝내지 말라는거지? 너희에게 부끄러운 어른으로 남았지만 남아 있는 아이들을 지키려고 노력할게.
너희와 같은 또 다른 아이들, 여전히 꿈을 꾸고, 매일 아침 학교에 가고,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전보다 조금 더 든든한 어른이 될게. 잊지 않겠다는 말,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삶으로 보여주는 어른이 될게
너희의 이름은 비석이 아니라 우리의 말과 행동에 살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