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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어려웠는가

by 살라

삶이 어려웠는가


삶이 어려웠는가
그럼 숭배하라

녹슨 못에 찔린 발바닥을 숨기지 마라
손 등에 피어난 멍을 자랑스레 보여라
그 흉터는
네 살갗에 새겨진 승리의 훈장이다

삶이 밝았다면
어둠 속에서 빛나는 네 눈동자를 알아보았겠는가
삶이 쉬웠다면
쉬운 인생을 사랑할 수 있었겠는가

태양에 그을린 과일이어야
탐나는 단 맛이 흘러나온다

세상에 널린 풀들은
바람에도 눕고 비에도 꺾인다
그러나 한 포기,
터지는 손바닥으로 물을 준 그 풀은
폭염에도 뿌리를 내렸다

이토록 단단한 생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토록 완고한 생명을
나는 경외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이 너를 짓밟았는가
그래서 좋다
그래서 다행이다
시시한 삶 따위는 가라

피를 흘리고 울부짖고
버텨낸 자만이,
자기 생을 입에 물 수 있으니

그러니 다시 묻겠다

삶이 어려웠는가
다행이다
지금, 너를 사랑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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