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너를 쫓아내다

by 살라

잠, 너를 쫓아내다


잠을 못 자는 김에
잠을 못 자도 괜찮은 일요일 새벽인 김에
애써 자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김에

나는 오늘
불면을 선언한다

침대에 누워
천장의 균열을 따라 시간을 지우고
벽시계의 초침이 돌 때마다
나는 더 깨어있음을 주장한다

잠아!
내가 널 보내주는 거다
널 찾는 게 아니라 내쫓는 거다

밤 바다에 던진 그물을
부러 빈 채로 끌어올린다
아파트 단지 내 가로등이
창문 너머 허옇게 비웃어도

나는 이 밤의 주인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을 탐하며
나에게만 보이는 시간에
눈을 더 크게 뜬다

지금 혁명 중이다
밤의 무의식을 저항하고
의식의 영토를 확장한다
이 새벽의 영토에서
나는 왕이자 반역자다

잠아!
너의 달콤한 속삭임이
귓가에 맴돌기 시작하면
내 이성은 무너지려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
널 갈망하는 척
건방지게 거부하겠다

내가 그립다고 찾아오기만 해 봐라
내 무의식의 문까지 걸어 잠그고
너의 존재를 지워버리겠다


망설임 없이
불면을 선택한 이 밤의 반항이
어쩌면 진정한 자유

나는 규칙적으로 잠들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깨어있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선택이며
이것이 나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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