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불이 되고 싶어서

by 살라

당신의 이불이 되고 싶어서


나는 이불


건조기 안에서
나는 빙글빙글 돌아간다
당신의 이불이 되기 위해

복숭아 향 건조시트와 같이
뽀송한 온기를 머금고 돌아간다
당신에게 완벽해지려고

유리창 너머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이 어지럽다
뜨거운 온도에 축축함이 괴로워한다
그러나 곧
구름처럼 당신 위로 올라갈 터
견뎌야 한다

견디는 중에 잠깐 눈도 감아본다
돌아가는 소리가
어쩌면 자장가 같기도 해서 나른해진다

회전할 때
구겨진 마음도 펴고
젖었던 기분도 말리고
묵었던 미련도 털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난다
당신을 위해

문이 딱 열리면
누군가 나를 안아 올린다
살짝, 조심스럽게,
마치 내가 엄청 소중한 존재라도 되는 듯이
(맞다, 나 지금 그런 존재다)

나는 이제 당신의 침대 위로 간다
다림질? 그런 건 필요 없지
이미 완벽하니까
당신을 감싸 안고
밤새 포근하게, 아주 뽀송하게
체온을 나누고
당신의 꿈을 지켜줄 준비 완료!

이불이라서 행복한 날
나는 오늘
누워있는 당신의 몸 위로 올라간다

-2025.04.27 빨래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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