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빚

by 살라

빛의 빚



모든 세포가 복수를 기억하던 날,

나를 산산이 부순 그가

내 파편 하나하나를 보게 되길 바랐다

눈꺼풀을 감는 밤마다

내 부서진 형체가

그의 꿈을 누르기를,

끝내 그를 무너지게 하기를


그저 사라지고 싶던 하루 끝 어느 날,

초라한 손등에

빛이 앉았다


그것은 소멸 직전의 불씨처럼

작고 불안정했으나,

분명히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빛이 온 뒤에는

어둠 속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더는 익숙한 침묵에 몸을 감출 수 없었다

어둠은 이제, 숨겨주지 않았다


사라지겠다는 의지는

빛에게 빚이 될 뿐


빛의 빚은

갚아야 했다


내게 남은 건 종이

할 수 있는 건 글자 쓰기


떨리는 손가락이라도

붉은 핏줄로

살아있음을 쓰는 일, 갚는 일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

부서지지 않은 채


복수는 잊은 채

빚을 갚으려 살아내고 있다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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