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포가 복수를 기억하던 날,
나를 산산이 부순 그가
내 파편 하나하나를 보게 되길 바랐다
눈꺼풀을 감는 밤마다
내 부서진 형체가
그의 꿈을 누르기를,
끝내 그를 무너지게 하기를
그저 사라지고 싶던 하루 끝 어느 날,
초라한 손등에
빛이 앉았다
그것은 소멸 직전의 불씨처럼
작고 불안정했으나,
분명히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빛이 온 뒤에는
어둠 속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더는 익숙한 침묵에 몸을 감출 수 없었다
어둠은 이제, 숨겨주지 않았다
사라지겠다는 의지는
빛에게 빚이 될 뿐
빛의 빚은
갚아야 했다
내게 남은 건 종이
할 수 있는 건 글자 쓰기
떨리는 손가락이라도
붉은 핏줄로
살아있음을 쓰는 일, 갚는 일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
부서지지 않은 채
복수는 잊은 채
빚을 갚으려 살아내고 있다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