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는
사랑이라는 무대에서
서로 바보처럼 어울렸잖아
엉뚱하고 우스워도
그게 우리 방식이었지
어느 날
네가 관객으로 돌아가겠다고
슬쩍 선언했을 때
알면서도 모른 척했어
공연장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는 게
왠지 안심이 됐고
옆에 여전히
네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지
그렇게
나는 바보 연기를 계속했어
조금 더 과장하고
조금 더 웃기게
혹시라도
네가 다시 무대로 올라올까 봐
근데
결국 들었지
“이제 그건 그만”
네가 보고 싶지 않다는 말도 아니었고
싫다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말은
관객의 요구란 걸 확인시켜 줬지
말해줘서 고마워
이번에도 웃어넘겼다면
언젠가 그때처럼 돌아올 거란 헛된 희망으로
다음 공연을 준비했겠지
이제는
무대 위 조명을 끄고 내려왔어
분장은 아직 지우지 못했어
슬퍼진 표정을 들키면
그게 더 초라할 것 같아서
슬픔의 존엄을 위해
삐에로 모습으로 있을 거야
그래도 이건 알아줘
그만둔 건 네 말 때문만은 아니야
나도 이미 오래전부터
지쳐 있었거든
단지 네 말이
나한테도 “이제 됐어”라고
말하게 만들어줬을 뿐이야
네가 말한 “그만”
사실 나도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거든
다만
네가 먼저 말해줬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