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타다

by 살라

파도를 타다



몸이 아플 땐 병이 나를 삼키려 한다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덮쳐오는 아픔

온몸이 멍이 들고, 피는 멈추지 않아

숨 쉬는 것조차 전쟁이 된다


이것은 파도

나는 서퍼

파도에 짓눌리지 않고

보드 위에 과감히 올라설 수밖에 없었다

두렵지만 그래야 했다


숨 쉴만한 몸이 되면

또 다른 파도가 밀려온다

메시지 폭탄, 마감일, 인간관계의 소용돌이

통장 잔고의 위기, 끝없는 불안의 파도들


이 바다에서

나는 영원한 서퍼

파도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타는 법을 배울 수밖에


병이 몸을 덮치는 순간도 서핑을 배우는 기회

그 순간만이 줄 수 있는 명료함을 붙잡았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진 그 고요 속에서

이기적으로 내 몸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귀한 시간

이 시간 병을 원망하지 않는다

강렬하게 기억했다


병실에 같은 병명을 가진 환자와 따뜻한 대화

간호사의 친절로 아픔이 작아지는 행복

이 기억들은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는 기술이 됐다


삶은 파도의 연속

그 높낮이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자세와 방향은 내가 결정한다


뜨겁게 사랑해 후회 없던 시절,

아침 커피 한 잔의 향기,

동료의 웃음소리,

반려동물의 무조건적 사랑,

아이의 손길이 닿는

그 순간을 잡아 기억에 묻는다


이 모든 순간들은

서핑할 때

균형을 잡게 해주는 소중한 무게들이었다


감각을 날카롭게 세워야 알아차린다

행복의 순간들이 거대함 뒤에 숨어

작은 물결처럼 온다는 걸


그 순간을 붙잡아 가슴 깊이 간직했다

나중에 거대한 고통의 파도가 덮쳐올 때

그 기억이 나의 산소통이니까


고통도 삶의 일부로 환영할 수 있다

나를 더 강한 서퍼로 만드는 훈련이니까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보드 위에 서는 법을 배우면 럭키비키


파도를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드를 타는 기술을 익혀

거친 파도를 즐겨 버릴 것이다

때로 넘어지고, 짜디 짠 물을 들이켜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서퍼의 심장으로

파도를 맞이하고 싶다


파도는 계속 밀려올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