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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추모 사이렌에 대하여

by 살라

29일 정부가 공식 추도식을 열고 서울 전역으로 사이렌까지 울린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누구보다 그 참사가 슬프고 국가가 반드시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보여주기식 추모'가 정말 유가족이나 국민 모두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

같은 비교 선상이라면 제주항공참사, 세월호, 오송지하차도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국가 시스템의 실패로 너무 많은 이들이 희생되어 왔는데 이런 대형 참사가 있을 때마다, 같은 형식으로 할 것인가?

또 나라를 위해 전사한 전몰장병 추모에 쓰였던 방식에 준하는 격식을 여기에 적용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형식적 과잉 및 공정성 논란, 전정부에 대한 감정적 선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국가적 실수를 인정한다 해도, 각종 참사마다 같은 수준의 대우와 추모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쇼", 혹은 "전 정권 비판용 보여주기"라는 심리가 강화되어 비난받을 소지만 키울 뿐이다.

정작 실질적인 구조개선이나 진짜 사과보다 '누가 더 크게, 더 눈에 띄게 사과하나' 경쟁하는 듯한 행태는 마치 유아가 "내가 더 잘했지?", "난 쟤보다 더 선생님 말 잘 듣지?", 하며 스스로를 과시하거나 남과 비교해 애쓰는 것과 닮았다.
정작 애틋한 위로나 근본적 변화는 부족하고, 겉으로만 더 커지고자 하는 방식. 진심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기억을 소비하는 이런 전시적 이벤트가, 오히려 유족의 상처를 더 깊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공식적 사과와 위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유족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어야 진짜 의미가 있다. 이번처럼 '특정 사건에만, 더 대대적으로 하는 모습'은 오히려 공정성, 정당성 논란만 키울 뿐, 유가족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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