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불꽃

늦게 도착한 색- 6화

by 살라

허기진 불꽃


오늘 밤 집에 일찍 왔어요.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하지 못했어요. 부담 줄까 봐. 징징대는 것 같아서.

그냥 불 끄고 누웠어요. 누웠더니 몸에서 열이 났어요.
불안해서 카톡으로 물었어요.

사랑하냐고. 당신은 사랑한다고 했어요.
알아요. 진심인 거.


근데 몸이 몰라요. 몸은 말을 안 들어요.

화면 위의 글자로는 몰라요. 닿아야만 알아요. 사랑한다는 답을 받았는데도 열이 식지 않는 건 그래서예요.

오늘 있었던 일도, 이 불안도, 이 불쾌함도 전부 당신한테 말하면 될 텐데. 근데 못 하겠어요.


요즘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바쁜 거 아니까.

내 감정이 당신 하루에 짐이 되는 게 싫어서,
그래서 혼자 감당했어요.
감당하다 보니 몸에서 열이 나요.

날 태울 수 있는 연료는 세상에 딱 하나인데, 오늘 밤 그게 없어요. 더 타고 싶은데 재료가 없어요. 당신 손목 안쪽 온도, 목 뒤에서 나던 냄새, 귀 아래 오목한 곳에 닿던 들숨, 날숨. 몸이 그것들을 꺼내 들고 거기로 가려하는데, 가지 못해요.


나 비어있지 않아요.
당신으로 가득 차 있어서 오히려 아파요. 가득 찬 것들이 갈 곳이 없어서. 말하고 싶은 것들이 목 안에서 열이 되어서. 징징거리면 안 될 것 같아서 꾹 눌러두었더니 몸 밖으로 새어 나와요.
이러다 산화되어 없어질 것 같아서, 몸이 식히려고 눈물을 짜내는 가 봐요.
살려고.


당신이 옆에 있으면 이 말들 다 할 수 있는데.
당신이 오면 활활 탈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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