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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바다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며

by 살라

한강은 바다로 갈 수밖에 없었다



소년이 온다

광주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역사의 무게를 등에 진 채


소년이 띄운 배

작은 강줄기에 실려 이제는 대양을 건넌다

바다는 그 짠 파도 속에 우리의 상처를 드러냈다

짜디 짠 양심은 거꾸로 바람을 타고 한강으로 왔다


검은 사슴의 눈빛처럼 깊은 수심을 만들고

흰 종이배 위에 우리의 아픔을 실어

기어이 바다로 내보냈다


안심하라, 소년이여

처절한 상처를 소독해 줄 바다로 갔다


기뻐하라, 채식주의자여

나무가 되고 싶은 채식주의자의 곁은 나무 가득한 숲이 됐다


그 숲에서 물구나무 선 채 두 다리를 벌려 채식주의자를 환영한다

여울목을 지나는 개울물 친구들은 한강으로 가서 환영한다


한강은 바다로 갈 수밖에 없었다





2024.10.10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에 벅차서 지어봤어요.


호들갑 떠는 국민 중 한 명의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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