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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 Oct 18. 2024

영혜야! 난 너를 이해해

채식주의자 속 영혜

영혜야. 난 너를 이해해.

십여 년 전쯤 채식주의자를 읽고,
영혜를 온몸으로 이해했어.
가족 가운데 서 있는 내가 너와 같은 마음이었기에.

트라우마를 알면 그 속에 더 담가 절여지게 할 가족,

절여지면 익숙해질 거라면서 트라우마를 보탰던.


너에게 탕수육을 억지로 먹인 가족을 보면서 파르르 분노했어.
단지 조금 다른 채식주의자만 인정해 달리는데도 벌레 보듯 했잖아.

이제 그곳의 공기는 네가 숨 쉴 수 없는 곳이 되었고, 동물의 배설물로 이산화탄소만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지.

그렇다면 식물이 되어야, 나무가 되어야 할 수밖에.
같은 동물은 되고 싶지 않고 이미 될 수도 없는 다른 존재였잖아.

변신(카프카)에서 벌레는 가족에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웠지만, 너는 스스로 벌레를 택한 셈이지?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버려짐을 택하는 우리 영혜.
그렇게 남편에게 버려졌고, 가족에게 버려졌어.

아니 다름을 선언했어. 온몸으로.
이후 비로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을 거야.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말라가는 자신보다 말라버린 내 몸이 남을 헤칠까 봐 걱정했던 너.

난 널 이해해. 영혜야.


그리고 고마워.

수많은 영혜들에게 다름을 선언할 용기를 줘서 고맙고,

폭력적 관습에 저항할 힘이 있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고, 본성을 제어해 무해할 수 있는 인간임을 증명해 내서 고마워.

지금은

영혜인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좋아


지금은 잘 뿌리내린 영혜야.

그곳에서 행복하자.



배경사진과 아래 사진은 영화 '채식주의자' 장면, 고기를 거부하는 딸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아버지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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