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라 Oct 30. 2024

구겨진 종이를 함부로 펴지 마

구겨진 종이를 함부로 펴지 마.

그 안에 누군가의 못다 쓴 눈물이 잠들어 있어.
그걸 여는 순간 눈물을 다 받아낼 수 있겠어?
혹시 손에 닿았다면 촉감이 서늘하지? 그건 슬픔이 식어가는 온도야.
사람들은 그렇게 모른 척 바람에 날려 보내지만,
구겨지고도 남은 흔적들이 자꾸 돌아와서 무심코 발 끝에 채이네.

얼룩진 구석, 찢긴 모서리,
어디를 봐도 완전할 수 없는,

하지만 누군가의 완전한 이야기일지도 몰라.
그러니 너무 쉽게는 펴지 마, 조심히 손끝으로만 느껴봐.
못다 쓴 눈물들이 아직 그대로
구겨진 시간 속에서,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어.

구겨졌다고 버려지는 건 아니야.
어쩌면 그 주름마다 희미해진 기억의 잔해가 깃들어,
말하지 못했던 진심이 고스란히 쓰여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구겨진 종이는, 차라리 그대로 두는 게 나아.
비록 흉하고 볼품없을지라도,
그렇게라도 남겨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
.
2024.10.30 아직 펴기 조심스러운 골목길의 구겨진 종이를 보며.

매거진의 이전글 숙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