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2025.08.22
즈바리 수도원,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에 가다
아침이 밝았다. 호텔 창밖에는 산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곳은 고산지대에 자리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다.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고 간단히 세수를 한 뒤 식당으로 내려갔다. 풍성하게 차려진 아침 식탁을 마주하니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시작될 것만 같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므츠헤타(Mtskheta)다. 6세기에 수도가 트빌리시로 옮겨졌지만, 므츠헤타는 여전히 조지아 기독교 문화의 상징이자 영적 중심지였다. 트빌리시에서 북서쪽으로 25km, 약 40~50분이면 도착한다.
숲으로 둘러싸인 트빌리시 시내를 벗어나 산과 언덕 그리고 작은 계곡을 지나 달리다 보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즈바리 수도원(Jvari Monastery)이 모습을 드러낸다. ‘즈바리’는 조지아어로 ‘십자가’를 의미한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섬세한 벽화와 정교한 석조 장식이 눈길을 끈다. 조지아에 기독교가 처음 전래된 뒤, 이곳을 중심으로 신앙이 퍼져 나갔음을 건물과 주변 공간이 말하여 주는 듯하다. 산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어, 요새 같기도 하고 명당자리인 듯하다.
수도원 앞에서 내려다본 므츠헤타의 풍경은 더욱 인상적이다. 삼각형으로 갈라져 흐르는 강줄기와 고대 성당이 아스라이 떠오르는 파노라마 풍경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산과 강, 성당이 한데 어우러져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하다.
다양한 선물 가게들이 늘어선 골목을 지나 또 다른 성지,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Svetitskhoveli Cathedral)로 향한다. 예수의 성의가 묻혔다고 전해지는 이 성당은 조지아 기독교의 심장이라 불리며, 오랜 세월 왕과 대주교의 대관식이 치러지던 장소다.
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 축성된 이 성당은 돔형 구조, 섬세한 석조 조각, 벽화를 비롯해 곳곳에 예술적 감동을 담고 있다. 내부는 고요하면서도 장엄하다. 빛이 스며드는 창문, 천장을 장식한 돔의 곡선, 손길이 닿을 듯한 세부 장식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제 조지아 여행을 대표하는 명소,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로 향한다. 트빌리시에서 약 140km, 2시간 40분가량 걸리는 길이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코카서스 산맥의 능선을 따라 달리면 지루할 틈이 없다. 차는 점점 고도를 높여간다. 저 고개만 넘으면 러시아 국경이다. 그래서인지 도로변에는 대형 화물 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청록색의 코카서스 산맥 위로 구름이 걸려 있고, 계곡을 흐르는 강물은 산세의 웅장함을 그대로 담은 듯 거칠게 흘러간다. 스키장이 보이고, 멀리 능선 위에는 파노라마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절벽 위에 우뚝 선 전망대는 늠름한 모습이다. 작년에는 보이지 않았던 파란색·붉은색 물체가 공중을 떠다닌다. 행글라이더다. 풍경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사진의 포인트가 되어준다. 하늘을 가르며 나는 사람들의 모습에 진짜 새들도 질투할 듯하다. 여행객들은 게르게티 성당을 오가는 길에 이곳에 들러 사진을 찍곤 한다.
이 파노라마 전망대는 조지아와 러시아의 우호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조형물이다. 절벽 위에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언제 보아도 참으로 멋진 풍경이다.
이어서 2,000m 고지로 올라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Gergeti Trinity Church)가 자리한 카즈베기 산(Mt. Kazbek)에 오른다.
교회 주변 풀밭에는 말들이 무리 지어 풀을 뜯고 있다. 먹이를 앞에 두고는 인간을 경계할 마음조차 없어 보인다. 언덕을 오르자 구름이 걸린 카즈베기 산과 그 아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신선들이 머무는 공간 같다.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비록 고단할지언정, 매일 이런 자연을 바라본다는 건 또 다른 축복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일 보는 풍경으로 그저 일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언덕 끝자락에 자리한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2,170m에서 경이로운 풍경을 품고 있다. 14세기에 지어진 이 성당은 전쟁 시 귀중한 성물을 보관하던 장소였으며, 지금은 조지아 정교회의 상징적 성지로 사랑받는다. 교회 저편으로 펼쳐진 자연경관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해가 저물고 호텔에 도착하니 어느새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 카즈베기 최고 숙소로 손꼽히는 룸스 호텔은 두 번째 방문이라 그런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전 여행에서는 일행 중 한 명이 투어 도중 낙상 사고를 당해 수습하느라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었다. 이번에도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무사히 정리되어 지난번과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망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호텔 곳곳을 둘러보았다. 식당 아래층에는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카즈베기 산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룸스 호텔은 Front(mountain) View와 Back(forest) View 이렇게 두 가지 타입의 객실이 있다. 최고의 풍경을 즐기려면 Front View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가격이 더 비싸고 예약도 쉽지 않다.
식당 바에 올라와 차차주(고농도 알코올)를 주문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된다.
식당 바닥 널빤지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향이 깊숙이 스며들어 세월의 흔적이 너덜너덜하게 배어 있다. 아날로그 감성의 은은한 엔틱풍 분위기와 고즈넉한 룸스 호텔은 시골의 정서에 우아함까지 갖추었다.
카즈베기의 밤에 흥과 취기, 그리고 재즈 음악에 나도 함께 녹아든다.
에너지 넘치는 걸출한 보이스가 코카서스의 기운을 타고 아름답게 흘러간다.
쿵캉쿵캉, 들썩들썩, 엔도르핀 솟구치는 달달함으로 가득한 황홀한 밤이다.
차차의 독한 향기에 별무리도 춤을 추고, 감미로운 순간을 즐기자.
창밖을 올려다보니 북두칠성이 지척에 와 있다.
〈까즈베기의 밤〉
오래된 시간들을 포개 놓은 듯,
바닥의 널빤지들은 너들널하고,
사람 냄새는 깊숙이도 스몄구나.
아날로그 감성의 은은함이,
시골 정서에 한 겹을 더하였구나,
우아한 룸스 호텔을 즐기자.
흥과 취기, 재즈의 숨결이,
까즈베기의 어둠을 흔든다.
리듬따라 나도 함께 녹아든다.
걸출한 멜로디와 보이스는,
코카서스의 기운을 타고,
이 밤을 아름답게 꾸민다.
쿵캉쿵캉, 들썩들썩,
엔도르핀 튀어 오르고,
달콤함이 공간을 채운다.
차차의 독주는 목을 데우고
별무리도 춤을 추는 이 밤,
감미로운 이 밤은 끝이 없다.
창밖에는
북두칠성이 지척이다.
아래의 글은 이전에 이곳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브런치에 이미 등록되어 있는 글로 아래로 쭉쭉 내리면 같은 글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의 해프닝이기에 함께 올려봅니다.
byJumongTV
Sep 4. 2024
어제는 어떻게 들어오고 잤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가 빨리 지나갔다. 중간에 환승이 있어 하루 종일 이동만 한듯한 느낌이다. 아침이 밝았다. 호텔 창밖을 보니 산이 가까이 보인다. 고산지 대인 것이다. 식당으로 내려갔다. 5성급 호텔(쉐라톤)인 만큼 뷔페에 음식이 풍성하다. 특히 빵이 쫄깃하며 맛있다. 풍성한 조식에 진한 아메리카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음.. 좋다.. 09시가 되고 투어의 시작이다. 목적지 므츠헤타까지는 40여분이 소요된다. 조지아의 고대도시이며 트리빌리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20km 떨어져 있다. 처음 기독교가 조지아 국교가 되었을 때 므츠헤타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퍼졌다고 한다. 이후 6세기에 트리빌리시로 중심지가 옮겨가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무츠헤타는 종교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므츠헤타(Mtskheta)에는 세계 문화유산인 즈바리 교회(Jvari Monastery)가 있다. 이동하는 버스는 다행히 중국산이 아닌 유럽산 브랜드 버스다. 좋은 버스 준비하여 주신 주최 측에 감사를 드린다.
숲의 도시 트빌리시를 벗어나 얼마나 달렸을까 산언덕을 넘어서 즈바리 교회(Jvari Monastery)에 도착했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941미터를 가리킨다. 한국의 절과 같이 이곳의 종교 시설들도 핍박을 피하여 산언덕에 혹은 깊숙한 곳에 요새를 만든 듯하다. 즈바리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래의 전망이 인상적이다. 삼각주를 물길 삼아 흐르는 장관의 강들이 펼쳐지고 고도 무츠헤타 성당이 아스런히 들어오며 파노라마뷰의 정점을 찍는다. 조지아 정교회 즈바리교회를 둘러보고 차기장소인 구시가지 스베츠호 벨리 성당(Svetitskhoveli Cathedral)으로 이동하였다. 스베티츠호 벨리는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에 축성된 조지아 정교회 본산이다. 성녀 "니너"가 건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회에 가는 길의 왼쪽으로 늘어선 다양한 선물가게등이 인상적이다.
함께한 일행들 모두 함께 교회에 안쪽까지 들어가 구석구석을 탐닉한다. 나는 왠지?? 뒤를 돌아서 입구 쪽으로 향하였다. 아뿔싸 일행이 난간에서 떨어져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아... 바로 주최 측 여행사 사장님을 찾아 이 소식을 전하고 함께 환자에게로 되돌아왔다. 긴급 엠브란스 부르고 응급조치를 취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없기에 나는 버스에 돌아와 부족했던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깨운다. 주최 측에서 날더러 언어(영어)가 되니 보호자로 병원에 가있으라는 것이다. 무슨 이런 황당한 일이.. 외국에 여행 와서 그간 대화 한번 한 적도 없는 이의 보호자로 병원에 있으라고?? 현지 랜드사 측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까? 그래도 사람이 없다는데 어찌할 것인가? 행사는 진행하여야 할 것이고... 선택의 여지없이 내가 병원으로 갔다. 해외여행 와서 난데없는 보호자가 되었다. 말이 보호자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환자를 보면 안타깝고 주최 측 여행사 사장님을 봐도 안타가운 마음 매한가지다. 훗날 책임소재의 공방이 있을 수 있어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최대한 말을 자제하여야 했다. 나의 일정도 어그러졌지만 다친 사람이 최악이고 주최 측이 차악이다. 응급처치 끝나고 환자가 호텔로 간다고 했다. 아.. 호텔로 가면 나도 같이 가야 하는구나.. 이번 여행은 이것으로 끝나는구나... 그런데 환자가 퇴원 직전에 말을 바꾼다. 입원한다는 것이다. 직원들 퇴근시간인데 급 입원을 한다기에 간호원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급하게 입원수속하고 병실 정하였다. 병실을 함께 가보니 현지인 아줌마 1인이 독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환자 두고 잠시 바람 쐬러 밖에 나왔다. 그리고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니 문이 잠겨있다. 이곳 병원은 퇴근시간되면 문을 잠가버리나 보다. 병원에 입원하였으니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있이 없다. 병원에 더 이상 머무를 수도 없다.
대기 중이던 택시 기사를 불러 여행을 이어가기 위하여 일행들이 머무르는 카즈베기로 향하였다. 이동하는데 속이 쓰려왔다. 아... 긴장한 탓에 점심 먹는 것을 잊어먹고 있었다. 차를 세우고 빵과 콜라를 사서 차에서 해결하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창밖에 풍경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해발 2300미터 고지를 넘어가는데 자연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몽골에서는 오지 깊숙이 들어가야 볼 수 있는 풍광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도로도 아스팔트로 잘되어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다.
숙소에 도착하자 일행들 석식이 막 끝난듯한 분위기다. 여행사 사장님이 뭐 좀 먹으라고 음식 가져다주는데 조금 전에 빵과 콜라를 급하게 먹었기에 식욕이 뗑기지 않았다. 사장님께 병원에서의 상황 설명하고 호텔로 들어왔다. 생각을 돌이키고 돌이켜보았다. 무슨 경우인지.. 내가 어디를 어떻게 이동하였는지 도무지 생각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나의 주력지역에서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큰 팁 하나 얻은 것으로 위안 삼고 넘어가자!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병원에 가는 바람에 해발 2200m 산정상에 위치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관광지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를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도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된다. 고생했다. 쉬자.
동영상 : 저 언덕너머 므츠헤타 (조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