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2025.08.27
우쉬바산 코룰디 호수로 오르던 날(2025.08.27)
메스티아의 아침은 한국에서 경험하던 산 뜻함과는 또 다른 결이다. 마치 중세 유럽의 향이 공기 속에 스며든 듯, 이국적인 상쾌함이 살결을 스친다. 과거와 현재가 겹겹이 쌓여 시간의 결이 어우러진 작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오늘은 그 시간의 틈을 지나 우쉬바산(Ushba Mt.)의 코룰디(Koruldi) 호수로 향한다.
호텔 앞에 대기한 4륜구동 차에 올라타고 출발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에 숨은 가쁘고 가파르게 치솟는다. 비탈을 오르는 동안 차는 심하게 흔들리고, 속은 요동치고, 멀미 기운이 감돈다. 그래도 와우.. 와우.. 비명 지르면서 묘한 스릴에 중독된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차 문을 열고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눈앞에 하얀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우쉬바의 웅장한 봉우리가 아침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겹겹이 솟아오른 산맥들! 눈이 부시다. 설산의 아름다움과 맑은 공기에 숨결조차 투명해진다.
노란 야생화 사이사이에서 지붕만 살짝 내밀며 웅크린 오두막 한 채가 그림 같은 풍경에 유려한 여백의 미를 더한다.
맑고 끝없이 파란 하늘 사이로 솜처럼 흩어진 구름들과, 그 뒤편에서 우쉬바의 눈 덮인 봉우리가 우뚝 솟아 여행자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높은 산인데도 일행들의 걸음은 의외로 가볍다. 마치 소풍을 나온 아이들처럼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씩씩하게 오른다.
십자가 언덕을 지나고 드디어 2,700미터에 자리한 코룰디 호수와 마주한다. 고지 능선 사이 움푹 파인 곳에 자리한 잔잔한 호수. 처음엔 작은 웅덩이인가 싶어 지나칠 뻔했으나, 가까이 다가가자 그 고요한 물빛이 더욱 선명해졌다. 가장자리에는 백사장처럼 고운 모래가 드리워져 제법 호수의 흉내를 낸 듯하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호수의 선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신비롭다.
햇빛 머금은 물결 위로 산과 구름이 내려앉아 영롱한 무지개 빛을 틔운다.
알록달록한 일행들의 등산복이 호수에 또 다른 색을 드리우며 조용한 하모니를 연주한다.
호숫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즐기는 모습이 소풍 나온 듯하다.
저 멀리 설산이 호수에 비치고 여행자들은 투명한 호수에 추억을 세긴다.
코룰디 호수의 정적은 깊고도 충만하다.
아, 코룰디 호수여...
나는 이곳에 마음의 씨앗 하나를 묻고 가노라.
우쉬바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조용히 마음을 흩뿌리고 가노라.
코룰디 호수에서의 점심, 그 시간은 여행의 정점이자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호수 바로 앞에 보이는 고지까지 오르면 2,900m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발걸음 멈추기로 한다.
멋진 호수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가득하다.
동영상 보기 : 코룰디 호수의 노래 (조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