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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다이시 & 흑해의 바람에 마음을 맡기다

조지아 바투미 2025년 8월 28일~29일

by JumongTV

흑해의 바람에 마음을 맡기다(조지아 바투미, 8월 28일 ~ 29일)


8월28일

쿠다이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에 위치한 성당에 들렀다.

11세기 초에 건축된 당시 왕의 이름으로 지어진 바그라티 성당이다.

이성당은 오스만의 침략에 파괴되고 1950년부터 장시간에 걸쳐 부분적으로 복원되어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

하지만 등재 이후에도 복원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원형에서 멀어져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으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서 탈락한 비운의 성당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매우 아름다운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결혼식 사진 촬영지이기도 하다.

성당 아래에 쳐진 울타리에 올라도 보고, 곳곳을 카메라에 담고 다음의 장소로 이동하였다.

작고 아담한 시내를 산책하고 공원 분수대 옆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에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바투미로 향하는 2시간 반의 여정 길에 올랐다


도로가 굽어질 때마다 창 밖의 풍경도 서서히 바뀐다. 왼편에는 짙은 녹음 속에 박힌 집들이 고급 별장처럼 비스듬히 빛나고, 오른편에는 대륙 사이에서 탄생한 깊고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낯선 풍경 즐기는 동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이다.

숲과 바다, 그리고 현대적 스카이라인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이곳이 왜 “흑해의 진주”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정말 아름다운 해안도시이다.

일행들과 함께 ‘아르고 케이블카’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케이블카는 15분 동안 도시와 산 위를 미끄러지듯 오른다.

저 아래에서는 은 보라 빛 물결이 반짝이고, 이내 저물어가는 태양이 바투미를 붉은 노을 색으로 물들인다.

산 정상에 부는 바람 한 점이 마치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 듯하다.

바투미의 밤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이다.

바투미의 첫날이 조용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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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오늘은 열한 번째 날이자 조지아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다.

이번 여행의 전체 일정을 돌이켜 보았다.

그간 어디를 어떻게 여행하였는지 집중이 안될 정도로 뒤죽박죽이다.

복잡한 여행 일지는 한국에 가서 차분히 정리하자!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메모장을 접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 하루 종일 해안 도시 바투미를 누빌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아침 식사 후 향한 곳은 바투미의 해변 산책로 블러바드(Boulevard)이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각기 다른 독특한 신식 건물과 클래식 건물 그리고 각종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천천히 해안가를 걷는데 두 개의 거대한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Ali와 Nino이다.

10분 간격으로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가 다시 멀어지는 모습을,

사랑이라는 애틋한 감정의 움직임으로 표현하여 놓았다.

아름다운 것이 러브 스토리요, 아쉬운 것이 이별 스토리이다. 알리와 니노 스토리도 그러하다.

소설 속 알리는 아제르바이잔의 무슬림 청년, 니노는 조지아의 기독교도였다.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의 틈 사이에서 두 사람은 사랑했고, 결혼했고, 아이까지 낳았다.

러시아 혁명 당시, 러시아군이 아제르바이잔을 향하자 니노는 어린 딸과 함께 조지아로 피신한다.

그러나 알리는 남아서 조국을 지키며 싸우다가 그만 전사한다.

이렇듯, 그들의 사랑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의해 끊겼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은 국경과 신앙을 넘어 많은 사람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소설이다.

조금 더 걸어가자, 알파벳 타워의 나선형 구조가 하늘을 꿰뚫을 듯 솟아 있다.

알파벳 글자가 타워 군데군데에 붙어있는 형상의 꽤나 독특한 구조물이다..

그리고, 이어서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찾아온 보트 투어의 시작이다.

보트를 타고 흑해의 선상에서 바라본 바투미는 상상 속의 유토피아 같은 도시처럼 보인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세련된 건물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저 멀리 에서는 보라색 파라셀링이 바람 따라 하늘을 유영하면서 여유를 즐긴다.

이탈리아풍 고딕 건물들이 많이 보이는 바투미는 조용한 듯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바투미는 예술과 자연과 사람의 삶이 상호 존중하는 부드러우면서도 활기찬 도시이다.

색채와 바람의 도시 바투미에 다음 여정을 위하여 안녕을 고한다.

공항으로 이동하고 알마티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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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내게 여행은 더 이상 즐기면서 쉬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을 ‘기록해야 하는 무엇’으로 받아들였고, 메모를 남기고,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끊임없이 달려야 했다. 여행이 끝나고 귀국한 뒤에도 시간의 전후를 되짚어가면서 아름다운 색감과 더 매끄러운 문장, 안정적인 구도와 최상의 가시적 표현을 위해서 다시 여행을 다듬어야 했다.

여행 후에도, 추억을 음미해야 할 순간에도, 어딘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제된 문장으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 부담스러움 때문에 글쓰기를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잦았고,

미루면 미룰수록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처럼 여행하면서 여행기를 작성한다는 것이 비록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러한 번잡한 과정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선물은 있었다.

나는 다른 여행자들보다 더 또렷하게, 더 오래도록 명장면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희미해질 풍경들을 시간 속에서 불러내고, 그 순간의 공기까지도 붙잡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을 붙잡기 위해서 혹은 잊지 않기 위해서,

통통 튀는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여행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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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다이시 바그라티 성당과 시내의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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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미 전경


바투미 동영상 보기 : 바투미, 흑해의 노래 (조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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