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몽골가자

어머니

by JumongTV

30년 전의 어느날 글 이네요.

5월 어머니달에 생각나 올려 봅니다.

ㅡㅡ


버스에서 내렸다.

농약 냄새와 상큼한 내음이 섞인 듯 콧등 스치며 오랜만의 귀향을 맞아 준다.

바람에 묻어나는 고향 향기에 땡볕에서 지겨웠던 유년시절의 추억도 무감정의 파노라마로 지나간다.

논바닥에는 아직 물이 흥건하고, 무릎만큼 성장한 모폭과 구불구불한 청록색 논두렁 그리고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완만한 산세가 함께하여 한 폭의 수채화와 같다.

아직 포장이 되지 않은 넓은 길 양 옆으로는 무성한 잡초와, 군데군데 파인 웅덩이에 고인 흙탕물과 크고 작은 돌멩이들은 각박한 사회를 비웃기라도 하듯 제각기 널려있다.

자동차라도 지나가면 흙탕물이 튀길까 봐 길 끝으로 몸을 피해도 본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느티나무의 매미소리 유난히 귓가에서 쟁쟁 거린다.

정자에서 부채 들고 바둑 두며 더위 식히시는 어르신들 눈에 들어온다.

정중히 인사를 올리자 근 5년 만의 귀향인데도 금방 알아보신다.

자네가 아무개 아들이제?

네에~ 건강하시었지요?

아따~ 솔찬히 많이 커부렀다잉~

인자는 장가가도 되겠다야~

어르신들의 다정다감한 사투리에서 정감 묻어난다.

고향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아늑함 일지어라.


아~

집이다~


울창한 대나무 울타리 가운데 대문이 보인다.

엄마~~`불러 보았다. 방문도 열어 보았다. 아무도 없다. 집 안팎을 둘러보았다.

유년 시절부터 크지 않은 집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와보는 집이 더욱 초라해 보이고 쓸쓸해 보인다. 격세지감이다.

수돗가에 비스듬히 놓인 고무 다라이와 반쯤 열려있는 부엌문의 찌든 떼 그리고 낡을 대로 낡은 판자 마루가 어머니의 외로움을 일러주는 듯하여 찹찹한 마음 그지없다.

어머니가 계실 듯한 밭으로 향하였다.

계단식 논을 지나고 지나 강을 건넜다.

하얀 수건 둘러메고 앉은 자세로 뭔가를 열심히 하신다.

서울 간 자식들 생각에 ...


호미 잡고 허리 굽히신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 온다.

엄마~~

오~ 오... 영인이냐~아,,,!

오메오메~작것아 어디 있다 이제 왔냐아~아이구 내 새끼야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나의 볼을 주무르신다.

흙가루와 함께 까칠해진 어머니의 손결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머니는 바구니를 챙기시며 얼른 집으로 가자며 서두르신다.

수돗가에서 몸을 씻으시는 어머니.

지금 어머니가 씻고 계시는 저곳이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장마철에 비 흠뻑 맞고 오면은 씻겨 주시던 바로 그곳이다.

양다리에 힘 빠득빠득 주고 어머니의 어깨에 양손 짚으며 의지하는 나를 인정사정없이 떼밀어 주시던 바로 그곳.

그 당찬 어머니의 체격이 왜 저리 왜소해지셨을꼬.

검게 그을린 어머니의 모습이 왜 그리 마음을 저리게 하는지.......

아버지를 일찍 보내시고 오로지 자식들만을 보면서 살아오신 어머니.

말썽이라도 피우면 니들이 뭔 죄가 있겠냐!

부모를 잘못 만나 니들이 생고생을 하는 것이여 하시면서 애태워하시던 어머니.

언제나 그랬지만 어머니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죄스러움만이 복받쳐 온다.

잘해야야지 잘해야지 하면서도 정녕 어머니 앞에서는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하는 쓸데없는 자존심이 원망스럽고,

걱정 어린 어머니의 볼멘소리에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그러면서 건강하시기만을 바라는 이기적인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장가들지 못하는 아들 생각에 오늘도 한시름 하시는 당신을 떠 올리니 불효의 중압감에 마음이 아리다.

그래도 이 아름다운 계절에 좋은 날 맞이하여 어머니 모시고 여행하는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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