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쿨호수(해발 3000m).

4일째날(9월 3일) : 키르기스스탄, 코츠코르, 송쿨호수

by JumongTV


(해발 1722m 코츠코르)

어제 밤 늦게까지 이동한 탓일까 도중에 깨는 일 없이 숙면을 취했더니 개운하다. 오늘은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챙겨주는 밥을 먹는 날이다. 무엇보다도 현지인 체험을 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는 하늘 아래 마지막 호수라는 송쿨호수다. 드라이빙 가이드는 사정상 어젯밤에 떠나고 오늘 아침에 로컬 기사를 보내 준다 하였다. 영어 못하는 기사가 온다는데 걱정이다. 여정을 최대한 아름답게 엮어야 하는데 소통 불가의 기사가 온다니 정말로 걱정이다. 게스트하우스의 식사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산딸기도 나오는 등 기대이상으로 다채롭게 잘 나왔다. 온수도 잘 나오고 식사도 좋고 가정식도 경험하고 손님 숙소로 쓰기에 어설픈 호텔보다 좋다. 2층집으로 방도 많아 보였다. 향후 고객들에게 현지인 체험 민박으로 추천하자. 환대가 미덕인 나라 키리기즈스탄답게 아낌없는 상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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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끝내고 송쿨 호수로 향하여 출발하였다(09시). 가는 도중 풍경이 꽤 독특하다. 도로변 가로수와 도로 옆 강가 외에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산은 모두 민둥산이다. 한국의 녹음과는 대비되는 희한한 형세다. 돌산인지 흑산인지 검푸른 황토색으로 산맥이 사방이다. 아침부터 따가운 햇볕 받으며 차는 협곡을 향하여 더 깊숙이 들어간다. 꿈과 낭만을 가득 싣고 자유로운 영혼의 주몽이 협곡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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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분을 달리자 비포장 도로에 진입하였다. 고지대에 올라갈수록 나무 한그루 안 보이고 능선에 능선만이 겹겹이 펼쳐진다. 이 험난한 고지를 자전거 타고 오르는 여행자들이 있다. 역시 모두 서양인들로 대단한 열정이다. 고산지대 가축인 가슴에 털 주렁주렁한 야크 떼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다. 현재 높이가 무려 해발 3264미터의 고지다(10시 30분). 차로 오를 수 있는 이곳이 이 정도면 저 끝의 봉우리까지는 3400미터 정도는 되려나?? 차를 세우고 정상에 서니 세찬 바람이 불고 바람소리는 거세다. 아래로 조망하니 황량한 민둥산 첩첩이 겹쳐져있다. 확 트인 전망에 내 마음도 뻥 뚫린다. 우렁찬 바람소리는 귓전을 때리고 아득히 내려다 보이는 차량들은 거북이걸음의 속도로 움직인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기사 양반도 나도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올라왔던 반대편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송쿨호수다. 바로 이동했다. 3000m 고지 송쿨호수에 다다르자 어마어마한 초원과 호수가 펼쳐지고 감탄사는 저절로이다. 임금이 궁녀들을 가두자 궁녀들이 눈물을 쏟아 지금의 호수가 되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 진다는 호수! 하늘 닿을듯이 하늘을 끼고 있는 호수! 하늘아래 마지막 호수라 불리우는 호수! 호수가 하늘되는 호수! 바로 송쿨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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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주변 중간중간에 원주민 게르 보인다. 고지대에서 삶을 영위하는 원주민들의 삶은 어떠할까? 열악한 조건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유지하는 그들이 위대해 보였다. 고지대인만큼 차를 타고 달리는데 숨 차오름을 느끼는듯한 착각이 든다. 호수 반대편으로 이동하여 몇 개 되지 않는 캠프 인스펙션을 하였다(11시 30분). 첫 번째 캠프는 매우 열악해 보였지만 나름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캠프 옆으로 잠시 이동하자 두 번째 캠프가 있었다. 이곳은 첫 번째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우월했다. 물론 가격도 비싸다. 특이한 것은 이 오지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것이다. 원시적인 이곳에서 인터넷이 된다고 한다. 놀랍다.

관광객은 이곳에 오면 승마를 즐길 수 있다. 호숫가 주변을 산책하고 밤에는 캠프파이어와 쏟아지는 별무리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아침에는 일출을 경험하고 돌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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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돌아보는데 빗줄기가 내린다. 왠? 비..?? 지대가 높은 만큼 기상의 변덕도 심한가 보다. 날씨에 지나치게 개의치 말자 여행에서 날씨는 행운의 주사위와도 같다. 좋으면 좋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기억 한 편 남길 수 있으면 성공한 여행이다. 빗줄기는 맛만 보이더니 이내 사라졌다. 호수 저편 멀리에 오리인지 백조인지 갈매기인지 알 수 없는 새하얀 조류 무리들 물놀이 중이다. 인간을 경계하여 이곳까지 나오지 않으며 그들의 방식대로 두둥실 떠 다니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식쿨 호수만 고지대인 줄 알았더니 송쿨호수는 그보다도 더 높은 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식호는 수평선 너머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송쿨호는 저 멀리로부터 아득하고 가파르게 보이는 험난한 산세들이 보인다. 흐린 날씨 탓인지 산세가 진한 청록색으로 보인다. 호수 저 끝에 수평선 긋고 그위로 커다란 산맥 자리 잡고 그 위로는 새하얀 뭉개 구름이 뭉실뭉실하다. 호수물은 연푸름 찐푸름 어우러져 옥색 비취 칼라 물감이 퍼지는 듯하다. 대체적으로 호수변 수심은 깊어 보이지 않지만 건너편 고산 자락 아래는 급경사가 있겠지? 더없이 평화롭고 고요한 호수다. 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1박을 하여야 하나 시간의 촉박함에 지금 코츠코르로 돌아가야 한다. 코츠코르에서 한 가지 체크하고 내일 오전에 바로 비슈케기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날을 기약하며 호수에서 작별 고하고 막 나서는데 믿기지 않는 광경에 벌어졌다. 저기 걸어오는 저 사람은 뭐지? 헛!! 고지를 넘고 넘어야 이곳에 올 수 있는데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 얼굴을 시커멓게 그을린 서양인이다. 얼굴표정 보아하니 무상무념 그 자체로다.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배낭 메고 지팡이 양쪽으로 짚으며 터벅터벅 걷고 있는 것이다. 걸어서 이곳까지 와 버리다니.. 서양인들의 탐험 정신은 참으로 대단하다.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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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쿨호수 하단 계곡에 차량 몇 대 주차되어 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관광 포인트로 폭포다(13시 30분). 차를 세우고 10분여를 걸으니 폭포가 나온다. 이곳 정상이 3500m라고 가정하면 현재 여기 폭포수 자리가 2542m다. 이 고지대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저 폭포수의 수원(水原)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것도 나무 한그루 없는 이 황량한 산 어디에서 저 많은 수량이 쏟아져 내려온단 말인가? 호수로부터? 호수에서 저 많은 물을 방류하면 금세 바닥 드러내야 하지 않나? 내려 붓는 굵직굵직한 폭포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폭포수 아래에 다가가니 물보라 퍼지고 추워서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벗어나면 바로 폭염인데...폭포수는 흘러 흘러 계곡을 이루고 또 다른 절경을 만들어낸다. 자연의 힘은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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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 감동 뒤로 하고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이제 서둘러 시내로 향하여야 한다. 점심도 먹어야하고..그런데 주차장 출발과 동시에 차가 펴져버렸다(14시 10분). 단순한 펑크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닌 듯하다. 심각하네..

비포장 도로를 달려으니 고장 날만도 하다. 간간히 지나는 차량들은 차 세우고 구경만 한다. 앞에 앉아 지켜보는 검은 옷 입은 저 아저씨는 탈레반 스타일이다. 탈래반이라고 해서 우리가 티브이에서 보는 그런 공포의 탈래반이 아니다. 무슬림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다. 지금 여행 중에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슬림이다. 모두가 친절하다. 그나저나 영어 구사자도 없고... 숙소 주소도 전화번호도 없고 대략 난감이다. 기사는 30분이 지나도록 차 밑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 1시간 여가 지나자 구경꾼도 다 사라졌다. 기사 혼자 끙끙거리며 토닥토닥 거린다. 배는 고프고 먹을 거는 없고...목도 마르고.. 물도 없고..말은 안 통하고.. 그저 옆 자갈밭에 누워서 나 홀로 멍~ 때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1시간 반이 지났다. 수리완료? 움직인다 차가 움직인다! 한국 같으면 진작에 폐차되었을 법 한 차다. 그래도 브랜드는 아우디다. 차량 수리가 끝나고 비포장을 벗어나고 아스팔트 도로에 진입을 하였다.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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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에 노상 점포 즐비하다. 다른 먹거리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눅눅한 콜라가 보였다. 2병 사서 기사와 각기 한 병씩 허겁지겁 마셨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허기를 달랬다. 이제 한 시간여만 가면 숙소다. 다행히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였다(17시 20분). 차량 보내고 비슈케키 가는 버스가 있나 알아보려 주변의 시외버스 터미널을 찾았다. 이곳에서 비슈케키까지는 약 3시간 30분 걸리고 송쿨호수에서 비슈케키까지는 약 6시간이 소요된다. 교통 정보 정리하고 식당으로 향하였다. 오늘도 저녁 메뉴는 양코치구이와 맥주 한잔이다.


차량이 퍼져 버리는 황당한 사고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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