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쿨호수 가려다가 포기하고 국경 넘는 쪽으로 계획 급변경
카라콜을 경유해서 이식쿨 호수에 도착했다.
그런데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예사롭지 않다.
낭패다 오늘 국경을 반듯이 넘어야 하는데..
불안한 마음에 공포심까지 엄습해 온다.
만일에 오늘 이곳 북쪽 국경 통과 못하면 300여 km 달려 비슈케키까지 가야 한다.
그런 다음에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마저도 당일용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키리기스스탄에 고립되고 만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출장길이기에 일정들이 줄줄이 잡혀있다.
그렇기에 다음 일정들을 위해서도 무조건 오늘 국경을 통과하여야 한다.
일행들은 이상태면 국경 통과가 어렵다며 비슈케크행을 권한다.
아니다 거기까지는 아니다. 잠시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
예사롭지 않은 폭설에 이식쿨 호수에서의 일정을 급하게 취소하였다.
그리고는 가까운 카겐 국경으로 달려라 명을 하였다.
어차피 고립이라면 일말의 가능성 있는 가까운 곳으로 달려보자.
조급한 내 마음과 달리 새하얀 설평원 위에 말떼 무리들은 평화롭기만 하다.
쌓인 눈을 발로 후벼 파고 고개 늘어뜨려서 먹이를 잘도 찾아 먹는다.
심지어 우리 가는 길 앞에서 무리 지어 가로막아 방해까지 한다.
아잉.. 급한데.. 하기야 너희들이 뭐가 급하랴 급한건 우리인데...
순간 초한지의 항우와 오추마가 오버랩된다.
유방과 전쟁 중에 사면초가에 놓인 항우의 급한 마음과 달리 오추마는 나아가지 않는다.
오추마야 오추마야.. 우헤우헤..
감히 목숨이 일촉즉발에 놓인 항우의 절박함에 비교를 하다니..ㅎㅎ 즐겁게 가자!
간간이 드러난 아스팔트에서는 눈보라 바람에 흩날리며 춤을 춘다.
강한 바람에 쌓이지 아니하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듯 한 매서운 눈발이 인상적이다.
기상 상태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는 4륜 지프차의 파워풀한 위력에 감사드린다.
차는 어느덧 높은 언덕에 다다랐다. 온 세상이 설국이로구나..
소변 마려움에 잠시 차에서 내렸다.
폭설에 강풍에 전방이 아니 전체가 뿌옇다.
안갯속처럼 하얀 설국에서 그리고 강풍에 전방울 주시할 수 없다.
이보다 더한 적설이면 위험하다. 서둘러 차를 출발시켰다.
가자.. 가자.. 국경까지 달리자. 비록 속도는 느릴지언정 그래도 가야 한다..
고도계 보니 고작 해발 1880m이다.
하늘과 땅의 구분선은 이미 없다.
사방이 눈으로 둘러 쌓였다. 거리감이 없다.
오로지 길가에 늘어선 검은 전봇대만이 설천지에서 원근감 과시하며 길잡이 노릇을 한다.
판타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정말로 사방이 온통 하얗다.
이 기분을 어찌 표현해야 하나.. 강풍은 끊임이 없고...
하늘도 땅도 선의 경계도 거리감도 없다.
차 안에서 설국 감상에 젖어 있는 나는 마치 진공 튜브에 갇힌 기분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면 이러할까??
아니다 감히 시공간 초월에 블랙홀까지… 역시 상상력의 초월이다..
그렇게 나만의 표현의 자유 만끽하다 보니 목적지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제발... 간절함을 실어.. 비나이다..
만세~!! 통과다.
세상에 군인 정신은 위대하다.
양국 국경 수비대는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우리를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
밀어붙인 뚝심이 통했다.
주변의 도움 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거듭 표한다.
이제부터 카자흐스탄이다.
국경을 통과하였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일정 소화하면 된다.
역시 사방이 하얗다. 설국 속으로 재진입이다.
그래도, 휴~ 기쁨에 안도의 한숨을 내뿜는다..
고도계는 해발 1972m를 가리킨다.
이 정도의 고도면 제주도의 한라산 정상 높이가 아닌가??
아무튼 겨울에 고산은 위험하다.
이제부터는 폭설 퍼부어도 여유다!
이 세상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