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날 : 테를지를 누비다
오늘은 드디어 테를지 국립공원에 가는 날이다. 테를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된 곳으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울란바타르에서 70km 떨어진 동쪽에 위치하며 몽골인들의 휴식처이며 리조트 단지이다. 녹색 바탕 위에 새 하안 게르가 인상적이며 거대한 기암괴석 바위들이 신비감울 더하여준다. 테를지 도착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였다. 한식으로 불고기 정식이다. 코로나 직전 연도까지 테를지에 한식당이 없었는데 현재의 식당이 오픈하여 이곳에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 고향을 맛을 전하고 있다. 사실 몽골 전통 현지식은 호불호가 갈리기에 쉽게 추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식당이 생겼으니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에게는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준비된 불고기와 찌게류가 나오자 학생들 순식간에 해치운다. 한국인들은 식사 시간이 짧다. 학생들의 시간은 더욱 짧다. 그들의 왕성한 체력과 식욕에 탄복한다. 이어서 거북바위와 승마코스로 이어진다. 거북바위는 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는 거대한 바위로 관광객들이 반듯이 들른다.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관광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우리 일행들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일부는 게르로 된 선물 가게에서 기념품을 구입하였다. 이어서 승마다. 몽골 대자연에서 호연지기 승마는 필수 코스처럼 되어있다. 승마장에 이동하고 순서대로 말위에 올라탔다. 한 학생은 말위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도에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울음을 호소하며 말에서 내렸다. 사람은 과거의 아쉬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윤색되어 좋은 추억으로 둔갑하려 한다는 것을 대학 교재에서 읽은 바 있다. 이 학생에게도 시간이 지나 부디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승마는 다시 도전하면 된다. 몽골말은 서양말에 비하면 높이가 낮다. 크기가 작기에 지구력에서는 서양말을 월등히 앞선다. 몽골의 말은 칭기즈칸 군대가 서역을 공략할 때 지치지 않는 지구력으로 그 진가를 발휘하였고 영토를 확장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몽골말은 습기에 약하다. 칭기즈칸의 아들 멍케 칸이 왕좌에 있을 당시 현재의 중국 쓰촨성 일대의 남쪽(베트남)을 공략하려 친히 원정을 나갔다. 하지만 말들이 습기와 무더위에 헉헉거리며 전혀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였으며 실패를 하였다. 결국 왕도 죽고 원정은 포기하였다. 즉 몽골말은 습기가 없는 건조한 지역에서 특화된 조랑말이라고 보면 된다. 한민 기마병 대원들 말위에 하나둘 오르고 초원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모두가 한 번에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칭기즈칸이 정복 전쟁에 출정할 때 당시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어마어마한 대군이다. 대초원에서 승마는 무사고로 끝났다. 다들 표정은 극도로 고무되고 성취감에 모두 씩씩하다. 이제 몽골에서의 마지막 석식 허르헉을 먹어야 한다. 허르헉은 양고기와 당근 감자등을 찜통에 넣고 장시간 푹푹 고은 음식이다. 허르헉의 유래는 칭기즈칸과 관련이 있다 전해진다. 칭기즈칸 일행은 어느 날 게레이트의 지존 옹칸의 계략에 말려 초대받은 줄 알고 찾아가다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속셈을 알아차리고 도주를 하게 된다. 대원들과 함께 도주를 하던 중 각기 전략적으로 흩어져서 한 곳에 모이기로 한다. 이렇게 하여 발주나라고 하는 곳에 모였는데 아무것도 먹지 않아 허기지던 차에 전설처럼 백마가 한 마리 나타난다. 당시 도주 중이었던지라 솥이 있을 리 만무하고, 솥 대신에 백마의 가죽을 벗기고 벗긴 가죽 안에 고기와 구운 돌(자갈)등을 함께 넣어서 익혀 먹었는데 이요리가 향후 허르헉의 효시라고 한다. 이 말을 믿어야 할지 말어야 할지 애매하다. 사실 필자도 책에서 읽었지만 그 이전부터 원주민의 요리로 있지 않았을까 하는 셀프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아무튼, 이렇게 허기를 채우고 한숨 돌린 대원들은 바로 옆에 있던 호수에서 구사일생한 동지들이 모두 함께 들어가 진흑더미를 들어 올리면서 칭기즈칸에 충성을 맹세한다. 이것을 발주나 맹약이라고 한다. 중국의 삼국지 도원결의와 비견된다. 우리는 오늘 위에서 언급한 허르헉이라 불리는 양고기 찜을 먹는다. 말고기 대신 양고기 허르헉이다. 몇몇 학생은 양고기 먹는 데에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으나 모두 먹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여 푸짐한 허르헉이 나오고 모두 너무 잘 먹는다. 감탄사 연발하면서 먹는다 ㅎㅎ. 호불호를 걱정한 것은 주최 측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석식을 마치고 캠프로 향하였다. 오늘 묵을 캠프는 신형 캠프장이다. 이곳의 캠프는 모든 것이 게르 내부에 구비된 럭셔리 게르와 샤워장 화장실을 외부에서 해결하여야 하는 디럭스 게르로 양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최상의 럭셔리 게르이다. 작년에 오픈한 만큼 시설은 모두 깔끔하다. 남학생들은 도착과 함께 바로 인조잔디 구장에 공을 가지고 내려가 공놀이에 여념이 없다. 공놀이를 하지 않는 학생 몇몇과 함께 뒷산에 오르기로 하였다. 뒷산을 오르는데 길은 특별히 없다. 가는 곳이 길이며 지천에서는 야생화와 뭉게구름이 반긴다. 한 개 정상 두 개 정상 오르자 오를수록 또 다른 풍광 펼쳐진다. 올라와 보지 않은 사람을 이 스펙터클한 풍경의 경이로움을 알 수 없다. 정상에 올라 쉬고 있는 일행들 앞에서 현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시 한수를 읊었다. 그리고 밤을 지새웠다.
아래는 평소 주몽이 좋아하는 한시로 높은 곳에 오르면 항상 읊조리는 시이다. 부디 높이 올라 많이 보고 대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한민고 학생들께 보내드린다.
제목 : 관작루에 올라(登鸛雀樓(등관작루))
시인 : 왕지환.
白日依山盡 (백일의산진)
黃河入海流 (황하입해류)
欲窮千里目 (욕궁천리목)
更上一層樓 (갱상일층루)
해는 느릿느릿 서산 위에 지고
황하는 흘러 흘러 바다로 가고
천 리 밖을 보고 싶노라면
한 층 더 높이 올라라.
(한시의 특성상 해석은 해석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