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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빌리 엘리어트>

꿈을 이룬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뭉클함

by 허니모카


이 영화는 꿈을 이룬 소년의 이야기인데, 난 그보다 그의 아버지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말해보면,

빌리는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 권투를 배우고 있지만 그쪽으론 재능도 없고 흥미도 없다. 학교 공사로 인해 체육관 한쪽에서 발레수업을 하는 걸 보게 되고, 우연히 같이 하게 된다. 권투보다는 발레에 관심을 갖게 된 빌리는 아버지 몰래 권투 레슨 비용을 발레 레슨에 낸다. 광부인 아버지는 파업 중이라 생활이 넉넉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준 레슨 비용을 빌리가 발레에 쓰자 화를 낸다. 아버지와 아들, 게다가 빌리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까지 세 사람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아들이 원하는 발레를 하도록 발레학교에 보내고 응원을 해준다.


부모들은 어느 선에서 자식의 편에 손을 들어주는 걸까.

이 아이가 정말로 원하고 있구나 라고 느낄 때?

정말 남다른 재능이 있구나 라고 느낄 때?

그 꿈이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느낄 때?


내가 생각하는 길이 최선인데, 분명 그건 변함이 없는데..

아들이 원하는 길이 다른 길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접고 새로운 길을 내어주는 아버지.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신념마저도 바꿀 수 있는 아버지.

나는 비록 못 배우고 힘들게 벌어 하루하루 살지만 아들만은 이런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버지.

고된 삶을 알기에 너만은 이 곳을 벗어나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비록 적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해주고 싶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봤다.


마지막 장면은 성인이 된 빌리가 공연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버지는 당당히 무대의 주인공으로 오른 아들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힌다. 벅차오르는 감정이 무엇일지 알기에 나 역시 살짝 눈물이 맺혔다.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서울로 광고 수업을 들으러 다닌 적이 있다. (당시 꿈은 카피라이터였다) 일주일에 두 번이었는데, 3개월 과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래돼서 기억이 좀 가물거리지만..) 저녁 수업이어서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 대전에 거의 12시 가까이 돼서 도착했던 것 같다. 그때마다 매번 대전역으로 아빠가 마중을 나오셨었다. 영화를 보다 보니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그게 시작이 되어 꼬리를 물고, 매번 날 위해 시간과 돈, 체력을 아끼지 않았던 부모님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잘했어야 했는데.. 광고계에 한 획을 긋지는 못할망정... 다른 일에서라도 전문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새삼 아쉽고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올해 12살인 큰아들은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자신이 제일 소중하지 않아요? 엄마는 내가 엄마보다 나중에 더 똑똑해지고 잘나면 서운하지 않겠어요?”

무조건 네 편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네 곁에 있을 거야, 같은 부모의 마음을 말하면 약간 의아해하는 것 같다. 믿긴 하면서도 솔직히 이해는 잘 되지 않나 보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해준다.

“네가 나중에 아이를 낳아보면 알아. 지금은 아무리 말해도 몰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해도, 또 달라. 이건 아이를 낳아봐야 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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