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가보고 싶은 그곳.
하루가 끝나가고,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잠시 머물고 싶어 지는 곳, 메뉴판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뚝딱 만들어주는 곳.
정말 그런 곳이 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다.
난 거기서 무슨 음식을 주문할까..?
사실 영화를 보고 위로, 위안, 음식 등에 대한 생각이 아닌,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기에 때로는 자신을 모르는 낯선 사람이 얼마나 편한가에 대해.
친한 사람들에게 내 불리한 상황을 얘기할 때,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하려고 하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말하게 된다. 질타가 아닌 위로를 바라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내 편이 필요해서. 이야기 속에 듣는 사람도 아는 사람이 얽혀있다면, 말하기가 더 조심스러워진다.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가 없다.
타인이 더 편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타인이 나를 모르기 때문이다. 내 얘기가 내 주변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 어쩌면 확연히. (물론 얽히고설켜서 전혀 뜻밖의 사람을 통해 내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그땐 그냥 세상 참 좁다.. 고 뼈저리게 느끼면 된다.)
적당히 아는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술술 이야기를 해버리곤 금세 후회했던 적이 있다면, 내가 모르는 사이 내 얘기가 주변을 한 바퀴 휘 돌았던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심야식당에서 어느 정도 친해진 다음, 우연히 회사나 다른 식당에서 보게 되면 어떨까. 혹은 야식 먹다 친해져서 식당 밖에서까지 관계가 발전된다면? 고민을 털어놓고 쉽게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었던 적당한 거리의 관계가 허물어진다. 물론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될 확률도 있지만, 오롯이 심야식당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그 시간과 공간이 주는 기쁨을 누리던 사람에겐 하나의 힐링 장소가 사라지는 셈이다.
공간을 가지고 생각해보자면, 심야식당은 마음이 말랑해지는 새벽에 뭘 먹어도 맛있는 야식이 눈앞에 있는 최적의 장소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모두가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담한 크기도 좋다. 게다가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타인과 진중해 보이는 마스터까지.
심야식당의 문을 열 시간이다.
오늘은 누가 와서 어떤 음식을 먹으며 무슨 이야기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