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ed를 colorful로 바꾼 그녀들.
실화라고 하기엔 너무 영화 같은 영화를 보고, 생각지 못한 반성이란 감정이 스멀스멀 가슴을 적셨다. 아, 감동적이다. 저 여자들 대단하다.라는 감탄 이전에 나는 왜 노력하지 않을까, 저렇게 절실하게.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아무런 제약도 없는데 말이다. 하고 싶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세 여자는 수학 천재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엔지니어 메리 잭슨(자넬 모네)이다.
1961년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을 할 때, ‘나사’의 서관 전산실(유색인종만 있는) 직원으로 있던 세 사람은 백인의 필요에 의해 다른 부서로 임시직 발령이 난다.
캐서린 존슨은 문제를 검토하다가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40분씩 자리를 비운다. 건물 내에 유색인종이 갈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800미터나 떨어진 곳을 뛰어갔다 와야 했다.
도로시 본은 책임자의 빈자리를 대신해 일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승진이 되지 않았다.
메리 잭슨은 엔지니어가 될 능력이 충분했지만, 백인 학교의 수업 이수를 해야만 했다.
그녀들은 흑인, 여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차별과 제약을 받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세 사람은 꿋꿋이 자신의 역할을 해나간다.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와 끈기를 가지고.
영화 첫 장면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함, 이라는 말을 봤음에도 정말 저게 다 실화일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보는 내내 마음에 파동이 일었다
나는 왜 꿈을 꾸면서 노력은 게을리했을까.
여성은 안 돼, 경력이 없으면 안 돼, 주부는 안 돼 등의 제약도 없는데. 그녀들은 모두 결혼을 했고, 아이들도 있었다. 불가능의 조건은 몽땅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유리천장을 뚫고 자신의 이름 앞에 최초를 붙였다. colored라고 붙은 곳에만 허락됐던 행동반경을 의지와 끈기로 스스로 넓혔다.
편견에 맞서는 아주 깔끔한 방법,
실력으로 이기기.
불합리에 대응하는 아주 통쾌한 방법,
끝까지 밀어붙이는 끈기.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그건 진정성이다.
불합리한 조건도 결국엔 사람이 만들었던 것, 그것을 깨는 것도 사람이 할 수 있다.
캐서린의 상사인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이 유색인종 화장실의 팻말을 깨부순 것은 캐서린이 먼저 그의 생각을 부숴버렸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한 번도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colored라는 말.
Did you know that?
알고 계셨나요? 이 곳엔 화장실이 없고, 사내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없으며, 남들이 만지기도 싫어하는 커피포트로 버텨야 한다는 사실을.
아마 백인들 중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이 부당한 불편함을 견디고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부당함을 그냥 소리만 높여서 말한 게 아니라, 실력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는 건 너보다 못한 게 아니라, 너와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이다.내가 지금 입은 이 옷과 네 옷이 디자인과 색상이 다르듯이. 내가 낮에 먹은 반찬이 네가 먹은 반찬과 다르듯이. 우리가 다른 건 피부색일 뿐이라고. 실력은 겨뤄봐야 안다고.
메리 잭슨이 백인 학교 입학을 위한 소송에서 판사에게 했던 말이다.
버지니아 주 흑인 여성 중에 백인 학교에 입학했던 사람은 없단 거죠. 전례가 없습니다.
앨런 셰퍼드가 로켓에 타기 전엔 우주로 나갔던 미국인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 이름은 최초로 우주에 나간 해군 파일럿으로 영원히 기억되겠죠.
그리고 저는 나사의 엔지니어가 될 계획입니다.
하지만 백인 학교의 수업을 듣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피부색을 바꿀 수도 없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최초가 돼야 하지만 판사님 없이는 불가능하죠.
판사님, 오늘 보시는 많은 재판 중에 100년 뒤 기억될 재판은 뭘까요?어떤 판결이 판사님을 최초로 만들까요?
나에게 희망이라는 당근, 반성이란 채찍을 쥐어준 세 사람에게 박수와 애정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