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무거운

by 허니모카



가벼운 책을 읽다 보면 무거운 책이 읽고 싶어 진다.

소란스러운 영화를 보다 보면 무거운 영화가 보고 싶어 진다.

대화도 그렇다.

시시한 말을 나누다 보면 진지한 말을 나누고 싶어 진다.


그렇게 가벼움 사이에서 무거움을 받아들이고,

또다시 그 무게에 휘청거리다 숨을 돌릴 때,

소소한 것들이 손에 잡힌다.


정작 덜어낸 건 없지만 비어있는 기분이 좋다.

소모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가진 힘은 보기보다 크다.


남는 거라곤 종이 한 장 무게도 안된다고 느낄 때,

다시 짓눌릴 만큼 무거운 걸 찾는다.


모든 게 시기적절한 때 손에 잡히도록 자리에 있다.


보이는 무질서 위로 보이지 않는 평화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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