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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by 허니모카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로 생각하고 있었다. 팀(돔놀 글리슨)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 만나고, 연애하고, 결혼하는 동안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적절하게 쓰면서 행복한 인생을 보내는 영화. 중반 이후로 넘어갈수록 어떻게 끝이 날까 궁금하다가 아버지와 관련된 장면에선 감동받고, 아.. 시간의 흐름이 타인과 엮이면 저렇게 되는구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랑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니, 이 영화는 사랑보다는 인생을 말하는 영화에 가까웠다. 같은 비밀을 가진 아버지는 팀이 시간을 되돌리러 뛰어갈 때마다 팀을 쳐다본다.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저 저 아이가 시간을 되돌리려 하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볼뿐이다. 그것이 바른 선택이길, 경험을 하면서 뭔가를 깨닫기를 바라는 표정으로. 매 순간 쫓아다니며 지금은 아니다, 이건 괜한 헛수고다 등의 시시콜콜한 잔소리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의 말을 빌자면, ‘사랑하는 세 남자 중의 하나’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지 곁에서 바라볼 뿐이다.

팀은 아이의 첫 생일에 동생 킷캣의 사고로 시간여행을 하고 사고를 막지만, 집에 돌아와 보니 세상에나, 팀의 아이가 바뀌어있다. 그토록 귀엽고 사랑스럽던 아이, 1년의 시간을 같이 보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를 자신이 바꾸어놓은 것이다. 팀은 다시 현재로 돌아간다. 그 아이를 찾기 위해.

인생은 현재 혹은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의 축적이자 추억의 집합소다. 그 시간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건, 인생이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 한 사람이 커가는 과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모두 다 시간 속에 녹아있다. 온갖 감정들과 사건들로 뭉쳐져 더 견고해지면서. 팀은 시간여행으로 과거의 소중함과 현재의 소중함을 동시에 깨닫는다.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결혼식 장면. 처음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를 먼저 접하고 레이첼 맥아담스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반해 저 영화는 꼭 봐야겠다 싶었는데, 그 장면이 설마 폭우가 쏟아지는 결혼식 장면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아, 무한 긍정. 폭우도 멎게 할 그녀의 밝은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따라 할 수만 있다면, 배워서 되는 거라면 정말 닮고 싶다.


메리는 문제 해결은 과거에서 찾을 게 아니라, 현재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 해결방법이란 하객을 위해 결혼식을 미루는 배려도 아니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인내도 아니다.

그건 그냥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화장이 지워지든 머리가 망가지든 그냥 그대로 즐기면 된다.


행복하자고 마음먹으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한 일상이 된다.


삶에 있어 탄생이 있다면, 죽음의 순간도 찾아온다. 팀의 아버지의 장례식 날, 팀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한 번 더 보러 간다. 우리 모두에게 이런 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볼 수 없는 가족, 연인, 친구를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나에게 그런 기회가 있다면, 초등학교 시절로 가고 싶다. 너무 젊고, 체력이 좋았던 30대의 부모님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첫 아이를 낳았을 나이에, 벌써 나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학부모가 된 우리 엄마를. 내가 아이 안는 것조차 서툴러하고 있을 때, 이미 두 아이의 육아에 능숙해진 우리 엄마를. 어렸을 적엔 ‘엄마’라는 이름에 가려 보지 못했을 그녀의 젊음을.



팀은 우리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준다.


이제 나는 단 하루도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

매일을 다시 사는 것처럼 즐기며 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늘이 특별하고 평범한 내 삶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을 한다.

인생의 매 순간이 흘러가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정을 즐기는 것뿐이다.


누구나 아는 당연하고 반박할 수 없는 말이지만, 실천이 어렵다.

별 거 아닌 일에 소리 지르고, 짜증냈어도 한 번 떠올려 보자.

그리고 웃어보자.

남은 하루는 즐겁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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