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눅눅한 공기에 보란 듯이 비가 내린다.
우두두두.
장맛비가 시작되던 날은 내가 지금 바닷가에 와있는 건가 싶을 만큼 강한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렸다. 짙은 밤이어서 거실 창 너머 놀이터가 보이지 않기에 더 그러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고, 그리고 다음 날은 또다시 주르륵 비가 내리고.
주말에 결혼식장을 다녀왔다. 종일 비가 내리던 날에도 누군가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한 조명 아래 꽃길을 걸어 혼인서약을 하러 간다.
오늘은 아침부터 소란스럽더니, 이삿짐 차가 와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도 이사를 한다. 짐은 괜찮을까? 잠시라도 비가 그치면 좋을 텐데.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제각각 할 일을 한다.
한참 전에 계획된 일이라 갑자기 변경할 수 없기도 하지만, 그런 중대사한 일 말고도 소소한 일들도 다 한다.
저녁 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가는 것도, 아이의 유치원 준비물이 없어서 문구점에 가는 것도 집에서 뗄 수 없는 증명서를 떼러 주민센터에 가는 것도.. 모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은 쉴까 했던 글쓰기도 해야 한다.
“그냥 편히 쉬고 싶은 월요일” 하면서, 괜한 기분 핑계 대지 말고, “쓸 게 없어..”하면서 생각의 빈곤을 투정 삼지 말고, 일단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어야 한다.
잠시 비가 그치고, 햇살이 반짝인다.
이 틈에 어서, 물건들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나의 빈 화면에도 타닥타닥 글씨가 채워지고 있다.
햇살이 이 글의 눅눅함까지 빨아들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