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by 허니모카



모든 대상은 기억을 불러온다.


어느 공중전화 앞

그 투박한 수화기에 대고

가슴이 쿵쾅거리던 통화를 하던 아주 오래전

기억에서 사라져 가던 일을 꺼내 아련해지고


오랜만에 간 시골집

작아져버린 집과 커져버린 나의 어긋남이

가져오는 이상한 기분에 빠져

그때의 큰 집을 떠올려보지만

그 속으로 갈 수 없고


나머진 깨져버려 하나 남은 커피잔

돈을 지불 후 내 것이 되었을 때의 기쁨이

고스란히 날아가고 없는 지금

짝 잃은 잔의 안타까움보다

남은 잔에 마시는 뜨거운 커피 향이 좋고


지나버린 시간 속에

남은 물건들로 채워지는 기억들이

쌓이고 쌓인다.


기억을 남기는 대상들은

그때의 기분까지 가져갔지만

기분을 둘러싼 공기들은

어렴풋이 남겨놓았다.


감상에 빠질 만큼 흐릿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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