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난 최건우와 똑같이 차문을 열고 바닥을 쳐다봤다. 영화에서 보던 이상한 물체가 차 바닥에 매달린 채, 빨간 불을 깜빡이고 있었다. 저 물건이 폭탄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할 능력이 없어 무섭기보다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마음과 다르게 얼굴은 당황이 아니라, 겁에 질려있었다. 몸을 일으키고 최건우에게 말했다.
“일단 나가자.”
“안 돼. 그럼 바로 폭발할 거래.”
“뭐? 누구야? 이런 짓 하는 인간이. 얘야?”
핸드폰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최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희 팬이래. 오늘 기사보고 화나서.”
가관이다.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전 남편의 얼토당토않은 연애에 어쩌다 끼어들어, 아니 끼어든 것도 아니지. 어쩌다 부탁 들어준답시고 엮여서 폭탄물 위에 놓이다니 기가 찼다.
“경찰에 신고하자.”
핸드폰으로 번호를 누르려는데, 최건우가 막았다. 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떼서 스피커폰을 눌렀다. 그리곤 두 눈으로 차안을 훑었다. 뭔가 이상한 눈치였다. 스피커폰에선 기분 나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철이 안 든 40대의 목소리? 실제론 어떤지 모르지만.
“여전히 전 부인과 만나는 사이인가 보지? 헐리웃이야 뭐야. 쿨하기도 하네.”
분명 기억에 최건우가 통화하면서 날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지? 어디선가 보고 있다가 내가 차에 탄 걸 본 건가. 내가 최건우의 전 부인인 걸 알아? 재희 팬이라며. 그녀가 만나는 남자의 뒷조사를 하다 내 신상까지 털린 건가? 미간이 확 좁혀졌다.
“인상 펴. 댁은 계획에 없었지만, 어쩌겠어. 인생이 그런 걸. 그러니까 애초에 남자를 잘 만났어야지. 옷만 꽃무늬 입으면 뭐해. 인생이 꽃길이 아닌데.”
내가 꽃무늬 셔츠를 입은 걸 알고 있다.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밖에선 절대 보일 리 없는 짙은 선팅을 뚫고 들어온 매섭고 기분 나쁜 눈빛이 느껴졌다.
“카메라야!”
최건우가 내비게이션에 붙은 카메라를 찾아냈다. 상대는 저 카메라로 이 쪽의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언제 남의 차 안에 들어와 카메라까지 달은 거야. 그동안 주인은 뭐했어.
“내가 다 보고 있는 거 알았으면, 이제 허튼짓 하지 말고, 출발해. 오늘 생방은 펑크야. 절대 못 가. 그리고 재희랑도 헤어져.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폭탄은 터질 거야.”
“아악! 왜 열세 살이나 어린 애랑 사귀어 가지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나 아니야. 완전 억울해.”
“뭐!”
“안 사귄다고. 밥 한 번 안 먹었어.”
상대가 아, 그래. 내가 착각했네 그럼 내려.라고 하면 좋으련만,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번호를 세며 총알을 장전했다.
“셋 세기 전에 출발해. 안 그럼 알지?”
“출발해. 일단 하자.”
“아니라며. 근데, 왜.”
“하나.”
“진짜 아닌 거 맞아?”
“둘”
최건우가 내 오른팔을 잡아당겼다. 하필 운전석엔 내가 앉아있었고, 난 어쩔 수 없이 시동을 걸었다.
“셋!”
상대의 외침과 동시에 차는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