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마주한 나 _ 2화
알베르 카뮈는 인간의 부조리와 자유로운 삶의 의미를 치열하게 사유한 작가이자 철학자입니다.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그는, <이방인>을 통해 억압적인 관습과 무의미한 질서를 고발하며 문학사의 신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한 인물, 뫼르소가 있습니다.
영웅이기를 거부하면서도, 진실 앞에서는 죽음조차 마다하지 않는 인간.
우리는 과연 그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당혹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죽음 앞에서도 무감각하게 시작되는 이야기.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고, 관 속 얼굴조차 보려 하지 않습니다. 연인 마리의 결혼 제안에도, 사장의 승진 제안에도 그는 시큰둥한 반응만을 보일 뿐입니다. 그런 그의 무심함은, 처음엔 차가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뫼르소는 정말 감정이 없었을까?
"내 감정이 어떤지 살펴보는 습관 같은 건 별로 없다." (이방인, p83, 민음사)
그는 언제나 '오늘'과 '내일'의 일에 정신이 팔려 살아온 사람입니다. 자신과 세상 사이에 감정의 다리를 놓지 않고 살아온 인간. 그래서 그의 말과 행동은 종종 오해를 낳고, 결국 그는 사회에서 이방인이 됩니다. 그 무심함은 방어이자,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비롯되 감정의 결핍처럼 느껴졌습니다.
햇빛 그리고 총성
뫼르소는 우연처럼 살인을 저지릅니다. "왜 그랬느냐"는 물음에 그는 말합니다. "햇빛 때문이었다." 처음엔 믿기지 않는 대답. 그러나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세계는 본래 의미 없는 사건의 연속이며, 인과 없이도 어떤 일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 장면은 '의미 없음'이라는 부조리의 정수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죽음 앞에서 삶을 마주하다
소설의 마지막, 뫼르소는 사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신부를 만납니다. 신부는 그에게 회개하고 신을 믿으라 하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합니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그는 비로소 삶의 진실에 도달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나날을 떠올리며, 절망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용기를 선택합니다. 그의 눈에 비친 세계는 여전히 부조리하지만, 그 부조리 속에서도 그는 삶의 주체로 남습니다.
뫼르소를 이해한다는 것
『이방인』은 단순한 소설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도 자기 감각을 지키려는 한 인간의 고요한 저항이 녹아 있습니다. 영웅이기를 거부하고, 감정을 해석하지 않은 채 살아온 뫼르소. 그는 사형을 선고받고서야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사제와의 마지막 대화는 긴장감으로 가득하고, 그의 저항은 그동안 쌓여왔던 답답함을 밀어내듯 해방감을 안겨줍니다. 이방인처럼 떠돌던 그가 마침내 삶의 주체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순간, 나는 그를 이해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문득,
나 역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조용히 되묻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