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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Dec 02. 2023

서울지하철에서 헤매다

11월 마지막날, 서울 지하철을 탔다. 이제 4년간의 서울 생활을 마감하는 날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남대문 시장을 들렸었고, 국립현대립술관 덕수궁에서  하는 전시회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을 다녀왔다.  서울 지하철 노선은 내 손  안의 친절한  스마트 폰이  다 알려주니 어렵지 않게 잘 다닐 수 있다.  가끔 혼자서 서울 나들이를 하다가 환승을 하는 경우, 오래전 기억이 나서  혼자 킥킥 , 웃는다.  


10 년도 더 된 일이다. 일찍 결혼 했던 친구의 딸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서울에 갔다. 강남 터미날에서 지하철을 타고 교대까지 가서 환승을 해야했다.  친구랑 함께 교대 역에서 환승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고 도는데 도대체 어디서 어디로 가는 열차를 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쪽 일거야" 하고 가서보면 아닌 것 같고, 다시 돌아가면 아까 그자리였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봐도 시원한 대답 나오지 않는다.  미련하게도 기어이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생각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아 같은 짓을 반복하다 보니 결혼식 시간이 이미 다가 왔던 것이다. 직장 생활로 서울에 살고 있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 딸, 여기 교댄데 현대 백화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  


어디가는 열차를 타라는 말은 하는데 그 열차 타는 곳을 찾지 못해 계단만 오르내리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와서 택시 타. 기본 요금 밖에 안 나와."  


서울에서 택시 잡기는 또 쉬운가 말이다. 어쩔 것인가? 시골 아줌마 셋이 우왕좌왕 하다가 나와서  택시를 잡아 타고 결혼식장에 갔다. 이미 지각 이었다.  식이 끝나고  친구인 혼주 부부에게 지각한 사연을 말했다.  


"아니, 지하철 타기가 얼마나 쉬운데 헤멜 수가 있어요? 헤매는 게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고생하고 수고 했다고 웃는 친구 옆에서 누군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가? 우린 환승이 어려운데 헤메는 게 더 어려운 사람도 있구나.


그건 내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시골 살면서 서울 올 일이란 친척들이나 지인들의 행사 때 였다. 혼자 오는 게 아니고 여러 명이나 남편과의 동행 이었으니 따라다니면 되었고, 대부분은 차를 가지고 오니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었다. 절대로 혼자서 지하철 탈 일을 만들지 않았고, 혼자 지하철 탈 일이  없는 건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서울이 자주 오는 곳도 아니었다.


몇 년이 지나갔다.


서울이 일이 있어 가는 남편이 함께 가자고 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서  삼성동에 있는 '선릉성종왕릉' 을 갔다.  유적지 답사 가는 걸 좋아하던 때라 남편은 나를 위해 선택한 장소였던 것 같다. 함께 왕릉 산책을 하고 남편은 일보러 갔다. 데려다준  코엑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딸의 원룸으로 갈 예정이었다.  여기서 또 꼬여 버렸다. 딸 집에 가다보니 환승을 해야 했다. 몇 해 전에 교대 역에서 떠돌던 기억이 나며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다. 목적지로 어떻게 간단 말인가.  환승은 너무 싫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엄마, 올 수 있어. 엄마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


일이 있어 멀리 왔는데 곧 집으로 돌아 갈 테니 집에서 만나자는 딸은 "할 수 있다"를 외치지만, 나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니야. 엄마는 그냥 집으로 갈 게. 너 일이나 잘 보고 와."


끝내 딸 집으로 가겠단 말을 하지 못했다. 지하철 머물던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물어서 열차를 탔다. 거기서  터미널로 가기 위해선  환승을 해야했다.  지금보다는 정보가 했던 시절의 휴대전화를 들고 노선을 검색하며 환승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환승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날, 김포공항까지 가서 공항버스를 타고 원주로 내려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더 어려운 일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서울에서 지내는 4년동안  교통카드 한 장 들고 지하철을 환승  하며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  친절한 스마트 폰이 내 손 안에 있으니 아무 걱정없이 서울을 여행 한다. 환승도 한번 성공하니 이후에는 두렵지 않았다. 가끔 예전일이 떠 오르면서 그때는 왜 그렇게 지하철 타기가 어려웠을까?  모르겠다. 왜 그렇게  지하철 환승이 무서웠는지.


.며칠 전에 서울역 지하철을 걷고 있었다.


"저기, 문래동 가려면 어디로 가요?"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가는 사람들 붙들고 묻는데 대답을 듣지 못한다.  문래동이 어디지?  그냥 지나쳤지만  그분이 목적지를 잘 찾아 갔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내게 묻지 않았어도 검색해서 알려주어야 했을까? 옛날 내 모습이 저랬겠지.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보니 앞 차리에 여러 명의 외국인이 앉아있다. 그들은, 목적지를 향해 잘 가고 있겠지? 외국인도 잘 타는 서울 지하철인데  몇 년전의 나는 우리나라 안에서 왜 그렇게 지하철도 못 타고 헤맸던 걸까? 이제서야 어리숙한 지난 날을 웃으며 이야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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