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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Jan 30. 2024

기억의 저편

잘못된 기억

독서모임에서 읽고 싶은 책을  추천 하란다. 회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지난 몇 년간 손녀를 돌보느라 참석하지 못하다가 올해부터 책 좀 읽어보자고 나간 모임이다. 한 달에 두 권. 적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건강을 엄살로 그마저도 내게는 벅찬 일이다. 다만 그것만큼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덤벼들었다. 책을 추천하라니, 그게 쉽지 않다. 그동안 책에 너무 관심 없이 지내왔기 때문이다. 간혹 혼자서 읽기 편한 책을 읽긴 했지만 뭘 추천한단 말인가. 작은 고민이다.  


회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일상의 이야길 나누었다. 어쩌다가 소재는 가족 간에 서운했던 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나는, 내 기억이 항상 맞은 줄 알았어. "


 친구의 이야기는, 아침에 나이 많은 시댁 식구와 전화를 하면서 집안일로 예전에 서운했던 이야기가 나왔단다. 그때 그러지 않았느냐고 하니, 아니라고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라고 하시더란다. 아니다,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다 보니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온전하게 떠 오르며 친구는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긴 시간 동안  잘못된 기억으로 살아왔더란다.


우리는 잘못된 기억에 대한 이야길 나누었다. 이야길 나누다 보니  아주 오래전에 읽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책이 떠 올랐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내용이 거의 잊혀져 가물가물 하지만 왜곡된 기억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 그 책을 읽어보자고 했다. 그렇게 그 책은 우리가 읽고 이야기 나눌 책 목록에 추가되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단톡방에 문자가 떴다. 몇 해 전에 우리가 읽었던 책이란다. 그래?


기록장을 살펴보니, 그랬다. 그 책은 우리가 함께 읽었던 책이다. 내가 혼자 읽었던 책이 아니었다. 책을 추천할 당시 기억으로 그 책은 오래전에 방송대 친구들이랑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기억은  잘못되어 있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나중에 의식하거나 또는 영원히 의식하지 못하는 잘못된 기억이 얼마나 많겠나.


기억은 나도 모르게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되어서 남아있는 영상이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나 역시 대부분의 내 기억은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살면서 잘못된 기억이 얼마나 많을까?  내 기억이 맞다는 생각으로 오해의 고정관념 속에서 상대를 대하는 일이 엄청 많았을 거다. 평생 그 잘못이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사라져 버리거나 잊혀진 채 의식도 하지 못한다.  내 생각이  잘못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일들은, 그걸 의식하지 못하니  나는 바른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낸다. 또한  잘못 이해한 일로 인해 우리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나뿐만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의도했던 일은 아니지만.  


그런 반성을 해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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