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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Oct 13. 2022

엄마 마음

- 혼자쓰는 일기

엄마 마음


                                                                                     

  가을 하늘이 무척 높고 파랗다. 밖으로 나가고픈 내 마음을 알고 있었던 듯이, 남편은 놀러 나가자고 한다. 기분 좋을 만큼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어머님을 모시고 드라이브 길을 나섰다. 황금 들판의 가을 속을 조금만 달려 보자는 남편의 말에 나는, 조금 가지 말고 아주 많이 달려 보자고 했다. 그날따라 내 말을 잘 들어주는 남편은 계속 달린다. 충주호가 보이는 충청도 청풍까지 갔다. 청풍명월의 고장에서 충주댐의 주변을 산책하고, 청풍 문화재단지 한 바퀴 돌고 나니 배가 고팠다.


모처럼의 나들이이니까 경치 좋은 식당에 가고 싶었다. 차를 타고 조금 나서서 두리번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았다. 앞에는 너른 호수 같은 댐의 물이 보이고, 뒤로는 산이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 좋은 식당이었다. 넓은 주차장에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안으로 들어서니 연예인들이 다녀간 곳이라고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어머님은 연예인들이 다니는 집은 비싼 집이라고 주춤거리셨지만, 연예인이 왔다 갔다는 건 다 선전용이라고 말하며 어머님의 등을 밀고 들어섰다.


  “엄니, 우리도 멋진 집에서 밥 한번 먹어 봅시다.”


  식사가 끝난 후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밖으로 나왔다. 뜰아래는 긴 의자같이 생긴 그네가 흔들리고 있었다.  의자 그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운치가 있고 멋있어서 커피가 더 맛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어머님의 팔을 끌고 그네에 가서 둘이 앉았다. 흔들흔들 흔들리는 그네에 앉아,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내 기분에 취해 있었다. 댐의 물과 주변 산의 경치, 살랑거리는 바람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흔들리는 그네에 앉아 있으니, 세상에 다 아름다워 보이는 행복한 마음이었다.


  "쟤두 그네 타 보면 얼마나 좋을까? 쟤 한번 태워 주고 싶다. 좋아할 텐데…."


  쟤라니?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 평소에 아들에게 쟤라는 말을 안 쓰시는 어머님이다. 그런데 쟤라니?

그랬다. 어머님은 남편에게 그네를 태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네에서 일어났다.


 “엄마가 와서 그네 타래요.”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남편은 내 말에 피식 웃는다. 웬 그네냐? 는 태도다. 애들처럼 그네 타고 싶은 사람이나 실컷 타라는 표정이다. 그런 남편을 붙들어 그네에 앉혔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엄마와 아들이 그네에 나란히 앉아 흔들리고 있다.

 

“재미있지?”

 

어머님이 남편에게 묻는다.

 

“예, 좋은데요.”


남편이 어머님을 바라보며 웃는다.  남편은, 다 큰 아이들이 어서 결혼해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머릿카락이 하얀 아저씨다. 그러나 어머님의 생각에 남편은 그네를 태워주고 싶은 어머님의 아이였던 것이다.

                                                                                                 

                                                            (햇살이 좋은 날, 여행가고 싶어서 꺼낸 지난 일기.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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