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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Dec 31. 2022

잘 가, 2022

2022년의 마지막 날을 조용히 보내고 있다.

방바닥은 따뜻하고 특별히 시선을 끄는 tv 프로그램은 없지만 그럭저럭 이 방송 저 방송을 떠돌며 재미나게 보고 있다. 원래 집중해서 한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늘 채널권을 갖지 못한 삶을 살았다.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사는 삶은, 한 해를 계획하는 새해에도 무얼 하며 한 해를 맞이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한다. 2022년도 마찬가지였다. 늘 그날이 그날이듯이 새해를 맞았었고,  벌써 365일이 지나 한 해의 마지막 밤이 기울어간다.


큰 계획이나 욕심이 없이 맞았던 올해를 나는 어떻게 살았었나? 여전히 나는 지난 10년의 삶이 그랬듯이 아픈 몸을 끌고 웃음을 찾지 못한 채 살았다.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고 했는데, 병이 어찌 자랑이겠는가? 그건 말하고 싶지 않은, 말해도 내 통증이나 마음의 고통을 누가 알겠는가? 또한 나로 인해 주변을 어둡게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남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보통 사람처럼 웃기도 하고 짜증 내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고 자랑하기도 하면서 웃고 떠들며 살고 싶다.


올 한 해, 걱정 속에서 일 년이 갔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처방에 따라 약 먹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통증과 소화불량과 어지럼과 피곤을 달고 살아도 병원문을 들어가기가 무서워서, 다정하지 않은 의사에게서 어떤 말을 들을지 몰라 무서움이 불면을 부르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병을 자랑하라는 건 어서 알려서 치료를 받으라는 말이겠지만 그것조차도 용기가 필요할 만큼 바보스런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그러니 마음껏 웃지 못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떠밀리듯이 받은 국가검진에서 다행히 조직검사까지는 가지 않았다. 의사는 약 잘 먹으면서 행복한 마음을 가지라 한다. 말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약 잘 먹고  웃음을 찾아야 한다.


12월의 마지막 날. 하루가 가기 전 몸이 아픈 친구들과 주고받은 문자는 서로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고 힘 내고 잘 다스려보자는 위로의 말이다.  내년엔 올해보다 조금만 더 건강해보자고 서로를 위로했다.


유방암치료를 받은 지 내년이면 10년.

5년이 지나면 완치된 것 아니냐고, 5년이 지났는데 왜 아프냐고 묻지 말기를 바란다.  잔병도 많고 증상이 많은 나는 수시로 병원을 드나들며 살고 있다. 때로는 마음이 지치는데, 통증으로 불면의 밤이 많은데, 발병 후  5년은 이미 지났는데 왜 아프냐고 물을 땐 할 말을 못 찾겠다.


올 한 해도 우울한 날이 많았지만, 잘 이겨내며 살았다. 토닥토닥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한 해를 보낸다.

내년에는, 약 봉투가 적어지길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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