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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May 28. 2023

운전하는 법

"할머니는 아예 운전을 못해요?"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던 중이다. 뒷좌석 카시트에 앉은 4살 손녀가 옆에 앉은 나를 보며 묻는다.

"응, 할머니는 운전을 못해."

어려도 꾀는 말짱해서 할아버지와 아빠 엄마가 운전할 때 늘 자기 옆자리를 지키는 나를 보며 하는 말이다

"할머니. 엄마 좀 보세요. 저 동그란걸 이렇게 이렇게 움직이잖아요. 그렇게 하면 돼요."

둥근 운전대 두 손을 얹고 조금만 움직이면 되는 아주 간단한 걸 나보고 배우란다.

"길을 모르면 스마트폰에 지도가 나와서  길을 다 알려 주거든요, "

"아, 그렇구나. 가르쳐줘서 고마워."

"할머니, 오늘 나 때문에 많이 배웠지요?"

주변의 어른들이 다 운전을 하는데 운전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안타까운지, 아니면 어른이 왜 운전을 못하는지 궁금했던 것일까?


나이 60이 넘도록 배우지 못한 게 많다. 그중에 하나가 운전이다. 면허증은 신분증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건망증도 심해지기에 소지품을 잊거나 어디에 두었는지 모를 때가 많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두 개의 지갑에 넣어 놓고 하나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걸 또 어디다 두었는지 모를 때가 있다. 지갑 하나를 고정된 장소에 두었기에 비상용으로 사용한다. 그렇게 운전면허증은 이미 오래전에 신분증 역할만 하고 있다.


운전면허증을 딸 때만 하더라도 운전대는 당장 내 것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첫 운전에서 뒷바퀴 두 개가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곡예를 한 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다. 가끔 꿈에서 운전을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꿈도 사라졌다. 이제는 젊어서부터 운전을 하던 친구도 운전하기 싫다고 하니 내 생전에 운전 배우기는 아예 글렀다.


나이 들어해보지 못한 것이 많아 아쉬운 것들이 있는데 중에 하나가 운전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도 바뀐다. 젊어서는 대중교통 이용해서 일상생활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가고 싶은 곳을 쉽게 가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자가운전이다. 요즈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전을 하니 누군가의 도움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데리러 와 주기도 하지만 내 마음대로 혼자 어딘가를 가고 싶을 때 운전을 배우지 못한 걸 후회한다. 또 나이 들어가면서 남편의 옆자리에만 앉아서 움직인다는 것도 미안한 일이다. 함께 여행을 가더라도 서로 쉬어가면서 교대로 운전을 하면 장거리라도 피곤이 덜 하지 않을까, 싶다. 살다가 가족을 위해 움직이는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럴 때 내가 운전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당황스러운 순간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4살짜리 어린 손녀의 눈에도 운전 못하는 할머니가 안타까운 걸까? 커다란 운전대를 잡고 손을 움직이는 제 엄마를 바라보며 운전 좀 배우라는 손녀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래, 너는 아무쪼록 뭐든지 잘 배워서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랄게. 나중에 자동차 운전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이  없더라도  자신의 삶을 잘 달릴 수  있는 운전도 잘하기를  바란다. 할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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