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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Feb 28. 2022

혼자 쓰는 일기

갈증


갈증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옷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옷을 사는 비용이 꽤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입을 옷이 없다.


장롱 문을 연다.

줄줄이 걸려있는 옷걸이 밑에도 켜켜이 옷이 쌓여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그 사이에 있는 환절기까지 하면 일 년을 몇 계절로 나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온이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봄과 가을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더불어서 색상도 다르다.

날씨에 맞추어, 모양에 맞추어서, 용도에 맞추어서, 색상에 맞추어서 골고루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고 할지라도 일 년을 위한 옷의 가지 수가 손가락이 부족할 만큼 많다.

거기에다가 몇 번 입고 안 입은 옷이 겉모양은 멀쩡하니까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싸 놓은 것까지 더하면 장롱이 폭발 직전이다.

장롱 앞에 서서 생각한다.

계절이 바뀌는데 무얼 입어야 하지?

입을 게 없네.


입을 옷이 없는 허전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백화점이 아닌, 재래시장의 장마당을 지나면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옷을 보고 무의식 저 깊은 곳에서 싸다고 무시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발동하기 때문일까?

값나가는 옷을 가지지 못해서 생기는 억눌린 열등감 때문일까?

나이가 들었어도 유행을 따라가고 싶은, 여자이기에 가지는 예쁨에 대한 본능 때문일까?

알 수가 없다.

왜 늘 옷이 없어서 불만인지.


입을 옷이 없다는 마음이 어느 사이 컴퓨터 앞으로 이동한다.

여기저기 아이쇼핑을 시작한다.

예쁜 옷이 참 많기도 하다.

그러나 쉽게 사지 못한다.

직접 입어보지 못했으니 막상 도착했을 때 내가 원하던 모양인지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몸매의 모델이 전문가가 해주는 화장에 화사한 조명을 받으며 찍은 사진에 현옥 되기는 하지만 그녀가 나와는 다른 사람이란 걸 알기에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결제를 하지 못해 수없이 망설이기만 한다.


시간은 참 잘 간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쇼핑에는 절대로 눈을 주지 말아야지' 했던 다짐은 어느 사이 바람으로 날아가 버리고 눈이 아른거릴 만큼 쇼핑 중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잖아?

오늘도 역시 나와의 전쟁에서 졌구나 , 하는 자책으로 컴퓨터를 끄고 일어선다.


문득 떠오른다.

그래 오늘 외출을 해야 하는 약속이  있었지?

큰일 날 뻔했네,

외출을 준비하면서 장롱 앞에 서 보지만 입고 나갈 옷이 마땅치가 않다.

창 밖을 내다보니 햇살이 화사하다.

햇살이 밝네?

창문을 열고 고개를 쭈욱 내밀어 본다.

이런, 바람이 차다.

집 앞에 있는 나무의 가지가  휘청거린다.

햇살은 따뜻한 듯이 느껴지지만 계절 바람이 차다.

어제는  한파주의보까지 내렸다지 않는가?


어쩌지?

뭘 입고 나가나?

봄나들이 하고 싶은 날,

최근 몇 년 동안 사랑했던  패딩을 이제는 벗고 싶다.

기온이 차다 할지라고 한 겨울의 찬 기온은 아니다.

물론 따뜻한 기온도 아니다.

몇 번 입었던  옷을 꺼내드니 패딩보다는 서늘할 것 같다.

망설임은 계속된다.

정리가 어려울 만큼 꽉 찬 장롱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알 수가 없다.

지난해 이맘 때는 대체 뭘 입고 다녔기에 입을 옷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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