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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넷 Apr 30. 2019

나에게 당신이 최우선이니까.

Do I still come first with you?

탐         : 그래, 좋아, 알아. 하지만 내가 달리 뭘 어쩌겠어?

              나는 그냥 카일라를 생각해서 그래

르넷       : 당신이 그러는 줄 알고 있어, 당신이 카일라를 사랑하는지도 알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6개월 동안이나 이 모든 걸 기꺼이 참아줬겠어?

               아니면 내가 왜 기꺼이 대학 룸메이트한테 

               '그래, 우리 크리스마스 사진에 있는 건 내 남편의 혼외자식과 애엄마야.'라고 말했겠어?

               그건 내가 당신의 아내이기 때문이야. 나한테는 언제나 당신이 우선이니까. 

               당신한테도 여전히 내가 우선이야?









Background

어느 날 르넷 바라기 탐이 혼외자식을 데려왔다. 혼외자식뿐만 아니라, 그 엄마까지. 르넷과의 결혼 전 하룻밤 상대에게서 태어난 딸이라니, 르넷은 고민 끝에 그 딸과 엄마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카일라와 노라는 선을 넘어 크리스마스 파티, 저녁식사 등 가족의 일상에 파고들어 르넷의 골칫거리가 된다. 그러던 중, 르넷은 파커의 생일파티에 카일라 엄마를 초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으나, 이는 곧 발각되고 끝내 감정이 터지고 만다. 


For me.

내 최애 장면이다. Do I still come first with you?

시시콜콜한 연애 이야기에 나오는 '나야, 일이야?' 하는 식의 말문 막히는 질문이 아니다. 

'나를 선택해'라는 의미를 내포한 객관식 질문이 아닌 파트너로서 본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서술형 질문.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할 때였다. 1년의 휴학 후 학교로 돌아온 나는 '수석'을 해보고 싶었다. 남편은 졸업을 앞둔 취준생으로 서류와 씨름하며 게임으로 마음을 달래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즈음, 내 중간고사가 찾아왔다. 시험으로 예민한 나와 그런 내가 불안한 그는 결국 전화로 한 바탕했는데, 그때 내가 했던 말이 아직도 가슴을 쿵 하고 친다. 정작,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까먹은 것 같지만. 


"오빠와 싸운 건 지나가겠지만, 내 성적은 계속 남을 거니까."

지금 보기에는 창피하고 좀스럽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게 A+가 절박했나 보다. 참, 스물 세살짜리가 할 수 있는 모진 말이었다. '당신은 내 우선순위 중 아래에 있어'라는 의미 아닌가? 그래, 인정한다. 흠집 내고 싶었다. 항상 나를 우선으로 챙겨주는 그의 마음을. 고마우면서도 그의 마음을 당연시해가는 스스로를.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단연코 나에게 '우선'이다. 사람이 인생의 전부인 것은 위험하지만, 그는 꽤나 내 가치관의 큰 부분을 지탱하고 있다. 그가 나의 '남편' '내 아이의 아빠' 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나란 여자의 반려자라는 사실에 프라이드까지는 아니더라도 만족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그가 00의 남자라는 타이틀이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되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성장하고 나아가야지.' 

돌이켜보면, 그가 내 삶의 '우선'하게 된 시기는 그런 다짐을 했을 때인 것 같다. 

그 이후부터 무언가 결정하고 선택할 때, 고민하고 행동할 때 '그의 입장'도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했으니까. 

그러므로 나는 안도하고 나아갈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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