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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넷 Jan 19. 2022

일터는 묻지 않는 이에게 답을 주지 않아요

<AE의 일 1.> 일잘러의 질문법. 천 리길도 첫 질문부터. 


상황 1)
지난한 회의가 끝나가는 오후 3시의 회의실. 얼마 안 남은 제안 회의를 하다가 일순간 적막이 흐른다. 

"그럼, 각자 000 들어가서 000 찾아보고 0000 정리해서 옵시다. " 

희한하다. 30년 가까이 들은 모국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배, 동기의 표정을 봐도 마스크로 눈만 나와있는 상태로는
그들도 나와 같은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이쯤 되면 두려워진다.

'나만 못 알아듣고 있는 건가.' 
상황 2)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채팅창, 그리고 맥락 없는 상사의 링크 공유. 
링크를 확인해보았지만, 왜 공유했는지 모르겠다. 

눈치게임의 1을 외치듯 갈수록 메시지의 1은 없어지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나는 어쩌다 한국말도 못 알아먹는 건지 0개 국어인 스스로의 역량에 한숨지으며 상사의 행간을 추측한다. 그렇게 우리는 야근 뫼비우스의 띠에 입성하게 된다. 

'다들 알아 들어서 대답을 안 하는 걸까? 아니면 바쁜 일이 있어서 스킵하는 걸까?'




PR 일을 하면 가장 많이 하는 게 무엇일까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학과 수업에서나 이야기할 법한 이 단어, ‘커뮤니케이션’. 급여체로는 ‘컴’이라고 하며 ‘컴 했어?’라는 식의 표현으로 사용되죠.


육성으로 하는 ‘말’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메신저 및 메일 커뮤니케이션이 더 힘을 받고 있는데, 이는 비단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증대의 여파 때문만은 아닙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명확성’ 때문입니다. 휘발되는 말보다 상세하고 기록이 남기 때문에 두고두고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죠. 


기가 쉽게 빨리는 필자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이 에너지 확보에 도움이 돼서 저 또한 육성보다 텍스트를 선호하죠. 하루에 100통 넘는 이메일 그리고 셀 수 없는 메시지 커뮤니케이션으로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질문만 들어도 이 사람이 일 잘러인 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이쯤 되면 뜨끔한 분들이 있겠죠. 이제 일을 시작하는 여러분이 하루에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질문’ 일 테니까요. 주니어 분들은 ‘질문’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곤 해요.


‘안 그래도 바빠 보이는데, 괜히 시간 뺏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것 같은데, 물어봤다가 밑장 다 보이는 거 아닌가.’


‘다르다’가 있을 뿐 ‘틀리다’는 없다 믿는 제가 단언합니다. 그런 걱정은 ‘틀렸습니다.’


질문은 신입 또는 주니어의 특권입니다. 그리고 답을 주는 것은 선임의 책임입니다. 오히려 새로이 일을 시작하는 신입의 눈에서 보면 이상한 것들이 보이고 이런 것들은 비효율을 걷어내는 단초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질문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급여’를 생각해볼까요? 분명 주니어보다 선임이 돈을 더 받을 겁니다. 선임이 돈을 더 받는 이유는 ‘업무의 질과 양’이 신입보다 낫기 때문이겠지만, 자신의 역량을 주니어에게 교육하고 회사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것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한 달 급여에 여러분은 질문할 권리가 선임은 답을 줄 의무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어떻게 질문하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생산성과 직결되는 ‘역량’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곤 하죠.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을 들으면 그 사람의 업무 태도를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질문법을 익히는 것이 일잘러 새싹이 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어떤 일터에서도 묻지 않는 이에게 답을 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요? 예시로 알아보죠.



  “선임님, 외주업체가 지난번에 행사하고
다음번에는 견적 올려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제가 하루에 한 번 꼴로 듣는 질문의 형태입니다. 여러분은 이 질문에서 무엇이 느껴지나요? 전 초조함 그리고 귀찮음이 느껴집니다. 


후배는 외주업체의 요청을 듣고 당황했을 겁니다. 돈을 올려달라니 큰 문제가 생길 것 같고 어서 선배의 자문을 구해 불안한 감정을 해소하고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 질문은 상사가 의사결정을 내려주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질문의 잘못된 부분을 짚자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대명사의 향연'과 '검토의 부재


먼저, 저 질문에는 대명사가 많습니다. 이 질문은 마치 '갸가 갸래'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의사결정을 내려주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지 않고 다시 되물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질문은 함께 질문을 만들어가느라 피차 시간을 소모하게 되죠. 

 

(보완되어야 할 대명사) 
'외주업체' = 00 업체 (외주업체가 한 곳일 리 없고)
'지난번 행사' = 언제 무슨 이슈로 한 행사 (행사를 여러 번 했을 거고)
'견적 올려서' = 상향하기로 한 견적 (얼마나 올려달라고 했는지 알아야 의사결정을 해줄 거고...)


그리고 '담당자의 검토'가 부재합니다. 위의 질문은 외주사의 요청을 전달한 것뿐입니다. 그건 한국어 듣기가 가능하면 모두 가능한 것이죠. 위 상황에서 담당자는 적어도 몇 가지를 체크하고 선임에게 질문했어야 합니다. 

- 업무 이력: 견적 인상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한 문서 또는 그 외 내역이 있는지 
- 본인 판단: 다른 외주와 비교했을 때, 비용 인상의 타당성이 있을지에 대한 담당자 의견 


물론, 시작하는 AE가 이 부분을 다 체크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수에게 '이런 것들을 체크하려고 했는데 확인이 어렵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그럼, 사수는 기꺼이 HOW TO를 답변해 줄 겁니다.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는 것처럼 질문을 들으면 그 사람의 태도를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프로'로 일정 받으려면 제대로 된 질문법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필요합니다. 어떤 일터에서도 묻지 않는 이에게 답을 주지는 않으니까요. 


제대로 질문하기 위해서 시작하는 AE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매일 적어도 10개 이상의 질문은 듣는 이가 'AE의 질문'에 대해 정리하자면 3가지 정도입니다. 선임의 신명 나는 대답과 후임의 성장 가속으로 조금은 평안한 직장생활을 만드는 AE의 질문 체크리스트. 


<질문 전 체크리스트> 

1. 충분한 선검색으로 사안에 대해 내가 더 체크할 것은 없는가?

2. 해당 이슈에 대한 나(담당자)의 의견과 그 근거는 무엇인가? 

3. 나는 이 질문을 통해 '무엇'을 답변 받고 싶은가?  



그럼, 오늘도 슬기로운 질문생활이 우리를 칼퇴에 데려다주기를 기원합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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