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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넷 Feb 28. 2022

새벽 여섯 시, 헤어숍 20곳에 전화를 해본 적 있나요

AE의 일 #4. 보도사진 촬영 준비

오늘은 보도사진 촬영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보도사진은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함께 배포하는 이미지 자료 중 하나죠.


언론홍보를 하고 있다면, 보도사진을 촬영할 일이 꽤 있습니다. 사진자료는 보도 앵글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이 에피소드를 준비하게 된 이유는 새벽 여섯 시에 헤어스프레이를 찾아 강남 24시 헤어숍 17곳에 전화를 돌리는 불쌍사를 다른 분들은 겪지 않았으면 해서입니다.


때는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고객사가 기자간담회 전 보도사진 확보를 원했고 결국 일정 상 기자간담회 당일 새벽 촬영을 강행했죠.


그런데 일이 터졌습니다. 5시 30분에 도착하기로 한 모델의 10분 지각은 문제도 아니게 된 사건. 바로 그녀의 염. 색. 머. 리


실제로 모델의 컨디션이 다른 건 꽤 자주 있는 일입니다. 살이 더 쪘거나 빠질 때도 있 머리 색깔이 다를 때도 있지만 노란 머리라니요. 심지어 이런 불쌍사를 막고자 어제 후배님이 모델 SNS 계정까지 체크했건만, 일주일 사이에 머리가 저렇게 밝아졌을 줄이야.


준비했던 포토 앵글의 제품은 초고가 라인으로 고객사에서 출시한 제품 중 역대급 초고가였기에 노란 머리는 저도 고객사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배포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


"어서 찍고 정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보정할 시간이 있을까요?"


두 눈 가득 원망을 뚝뚝 떨어트리며 대답하는 고객사를 보고 '그럼 어쩌자고...' 외치는 마음을 다잡는데 상황을 보던 담당자가 말했습니다.


흑채던 컬러 스프레이던 방법을 찾아주세요


그렇게 대기실에 뛰어가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담당자, 모델 소속사 담당자에게 다짜고짜 블랙 헤어스프레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한 마디가 들렸습니다.


컬러 스프레이는 샵에도
구비되어 있지 않아요


고객사가 눈으로 욕하는 걸 봐서였을까요. 제게는 오히려 현재 장소가 강남이라는 것, 그리고 강남에는 24시 헤어숍이 꽤 있다는 사실에까지 다다랐습니다.


바로 네이버 지도를 켰고, 24시 헤어숍을 검색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각 새벽 6시. 전화를 안 받는 곳이 더 많았지만, 지치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안녕하세요, 다름 아니라 컬러 스프레이 구매 가능할지 문의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


가당치도 않은 질문이란 걸 스스로 알지만 멈출 수는 없었고 30분 동안 건대 헤어숍까지 전화를 돌린 끝에 불가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사진을 찍고 처음 제안한대로 보정해 보도사진은 배포되었지만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황당- 당황 - 무력감으로 이어졌던 그날의 감정.


그럼, 이런 사건 사고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하기와 같은 보도사진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 서는 무엇을 체크해야 할까요.  보도사진 업무에 필요한 체크 사항들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알아볼까요?



# 보도촬영 3요소 : 제품 + 모델 + 소품


보도촬영을 기획할 때 우리는 '앵글'을 고민합니다.  앵글을 더 익숙한 말로는 '콘셉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콘셉트를 구성하는데 고려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입니다. 제품, 시지 그리고 델(오브제)


보도 사진에는 제품의 특성이 잘 드러나야 하는데요. 앵글을 구성할 때는 제품의 특징 중 딱 한 개를 골라서 보여준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보도사진은 직관적으로 뉴스를 보여주기 위한 자료이고 그래서 캡션도 한 줄로 끝납니다.


'제품의 재료를 보여줄 건가?'

'제품의 효능을 보여줄 건가?'

'제품의 콘셉트를 보여줄 건가?'


등의 고민을 통해 키 메시지를 정합니다.

정해진 키 메시지에 맞추어 모델 그리고 소품을 디벨롭시키는 식입니다.


치즈가 엄청 많은 프리미엄 피자

예를 들어 이런 키 메시지가 정해졌다면, 앵글에서 노출되어야 할 건 제품(치즈) + 치즈를 보여주는 오브제 + 메시지를 담은 보드판이 필요합니다.


키위를 먹으면 면역력에 좋아요.

제품으로 인한 효능을 보여주려면 그 효능을 시각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면역력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어찌해야 할까요. 면역력을 상징화하는 앵글을 보여주면 됩니다. 운동, 건강 같은 이미지를요.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이에요.

제품의 큰 콘셉트를 주요 앵글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역대급 초고가 프리미엄 라인의 론칭 보도사진 촬영이라면 제품 노출과 신경 써야 할 건 모델의 아웃핏 그리고 오브제입니다. 프리미엄이 주는 밸류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가치는 모델의 의상이나 콘셉트로 직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변수의 변수를 보완하는 최후의 보루, 보정


이렇게 앵글을 구성하고 모델 섭외, 소품 준비를 마쳤다면 촬영 단계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사실 촬영 흔히 실장님이라 불리는 그날의 포토 촬영자의 역량이 9할입니다. 특히. 요즘은 포토 실장님의 보정 실력이 9.5할이죠.


모델은 하얀 패널을 들고 그 판넬에 슬로건을 넣는 보정은 물론, 현장에 있는 오브제를 지우기도 없는 로고를 넣기도 하는 등 경우의 수를 셀 수 없는 후보정이 발생하니까요. 항상 손발을 맞추는 포토 실장님이 있다면 베스트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분의 래퍼런스를 꼭 챙기세요. 포토 실장님은 다 사진을 잘 찍으시지만, 보도사진을 잘 찍는다는 건 다른 개념이니까요.


흔히 보도사진 촬영 시 발생하는 변수, 돌발상황을 짚어보았는데요. 사실 변수라는 건 말 그대로 변수라서 예상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저 시작하는 여러분의  보도사진 촬영에 통제 가능한 변수만 생기기를 바랍니다.


* 위 첨부된 보도사진은 단순 예시로 필자의 레퍼런스 와는 어떠한 관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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